한국콜마 융합기술연구소
마이크로바이옴 키트 개발
면봉과 시약 키트 활용해
피부 유익균·유해균 파악
5분이면 나만의 화장품 제작
CES서 뷰티업계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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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진단 기술을 활용한 AI 피부진단기기 ‘카이옴’을 개발한 한국콜마 융합기술연구소 연구원들. 왼쪽부터 손희승 책임연구원, 전지현 책임연구원, 김진모 연구소장, 김진경 책임연구원, 배형진 수석연구원. 한국콜마 |
지난 21일 찾은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종합기술원 연구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자 전지현 책임연구원이 면봉을 꺼냈다.
연구원은 기자 뺨과 이마를 가볍게 슥슥 문지른 면봉을 시약에 적신 후 시약을 엄지손가락 크기 키트 위에 두 방울씩 떨어뜨렸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용법과 유사하다.
전 책임연구원은 “피부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추출해 피부에 유익균·유해균이 얼마나 있는지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얼굴 사진을 찍고, 평소 피부 상태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자 결과가 나왔다.
유해균은 70점, 유익균은 30점. 눈밑 주름과 잡티 같은 트러블이 있는 곳이 연두색 점으로 화면에 표시됐다.
이후 5분 만에 모공·유분 케어용 화장품이 용기에 담겨 나왔다.
이날 피부 진단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진단키트 ‘카이옴(CAIOME)’이 쓰였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동식물이나 토양, 바다 등 모든 환경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뜻한다.
사람 피부에도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며, 이 미생물 사이의 균형이 피부 건강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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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의 AI피부진단 솔루션 ‘카이옴’. 피부에 대는 광학기기와 진단키트, 시약 등으로 구성돼있다. <한국콜마> |
카이옴은 ‘AI 초개인화 스킨케어 솔루션’에 필요한 진단 기술이다.
피부 속 유해균과 유익균을 분석해 맞춤형 화장품 처방이 가능하게 설계됐다.
현재 카이옴은 피부 장벽에 도움을 주는 락토바실루스 계열(유산균)과 유해세균을 억제하는 에피더미디스 계열, 유해균인 아우레우스(대장균)와 염증을 일으키는 아크네스 등 4종을 진단한다.
카이옴 연구를 총괄한 김진모
한국콜마 융합연구소장은 “마이크로바이옴 진단키트로 손쉽게 내 피부를 진단하고, 초개인화 트렌드에 맞는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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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카이옴 개발을 주도한 김진모 융합기술연구소장, 손희승 책임연구원, 전지현 책임연구원, 김진경 책임연구원, 배형진 수석연구원. <한국콜마> |
진단키트와 광학 진단, 설문을 통해
한국콜마가 분류할 수 있는 피부 종류는 2만여 종에 달한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키트’에 착안해 마이크로바이옴 키트 개발을 시작했지만 카이옴을 완성하는 데까지는 꼬박 3년이 걸렸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정확하게 감지하도록 키트의 민감도를 높이는 과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김 소장은 “키트 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아 마음을 졸였다”며 “피부 진단 결과에 따라 많게는 수십만 가지, 적게는 수십 가지 맞춤형 솔루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맞춤형 화장품법’에 따라 조제사가 처방하는 형식으로만 제조가 가능하지만, 프랑스나 미국에서는 개인 피부에 맞는 맞춤형 샴푸나 스킨케어 제품이 상용화돼 있다.
이 진단키트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가 됐다.
한편
한국콜마는 특정 피부 고민이나 증상을 겨냥하는 타깃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KOLBM20’이라는 미생물 균주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학계에 발표했다.
KOLBM20은 20대 피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락토바실루스 계열 미생물로, 회사 측은 이를 선케어 제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탈모 두피에는 특이한 마이크로바이옴 군집이 생긴다는 연구결과를 활용해 특정 유해균을 억제하는 탈모 개선 화장품도 개발하고 있다.
여드름균이 많은 20대 피부 특성을 분석하면 ‘저속 노화’ 화장품 개발도 가능하다.
한국콜마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바이오의약품과 연계해 종합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기능성을 발굴해 이에 맞는 마이크로바이옴 균주를 발굴하고 배양하는 균주 기반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고, 바이오 융합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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