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00만명 파경 맞는 ‘이혼대국’...“이혼 기념 촬영도 유행하죠”

지난해 혼인건수 40년래 최저
이혼 커플들만 1.1% 증가

베이징 자금성 인근에서 웨딩 촬영중인 커플. [사진=연합뉴스]
최근 중국에서 전문 사진사를 고용해 부부의 이혼 과정을 기록하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매년 약 200만 쌍 이상, 즉 400만명 이상이 이혼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인구대국 뿐 아니라 가히 ‘이혼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24일 봉면신문 등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에 거주중인 사진사 즈웨이는 작년 말 ‘이혼 촬영’ 주문을 받았다.


어느 부부가 이혼 수속을 담당하는 지방 민정국에서 출발해 함께 산책하고 대화한 뒤 작별을 고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달라는 것이었다.

영상과 사진 몇 장을 포함한 패키지 가격은 1800위안(약 36만원)이었다.


즈웨이가 촬영을 마치고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하자 다른 이혼 부부들의 주문이 잇따랐다.


그는 “고객 대부분은 여성이고 연령은 30∼35세”라며 “지금은 이혼 촬영으로 나를 찾는 고객이 웨딩·프러포즈 촬영보다 훨씬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진사는 이혼 촬영 고객들이 오지 않게 하려고 가격을 50% 높여 불렀지만 소용없었다고 설명했다.


어떤 부부는 “이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고, 미래의 우리가 그간 왔던 길을 돌아볼 때 흔적도 필요하니 더 품위 있게 만들고 싶다”며 샤오자오를 설득했다고 한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이혼 사진사’가 이혼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즈웨이는 “주문받기 전에 이혼 이유를 파악하는데 가족이 지지해주지 않거나 경제적 사유가 있어 평화롭게 헤어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고객이 촬영 중 매우 슬퍼하는 경우가 있어 신혼부부의 행복한 순간을 찍는 것보다 그런 상심한 표정을 찍는 게 훨씬 어려웠다”고 말했다.


중국 민정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이혼 커플은 2만8000쌍(증가율 1.1%) 늘었고, 혼인건수는 근 40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2020년 기준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이 3.09를 기록, 동아시아 국가 중 단연 1위 이자 인구 1000만 이상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전 세계 톱 10에 들기도 했다.


생산가능 인구 급감하는 中...패권 목표 최대 걸림돌로 거론 되기도
중국 당국이 발급하는 이혼증. 중국은 결혼시 결혼증, 이혼시 이혼증이 나온다.

[사진=바이두]

높은 이혼율과 적은 혼인건수는 중국에게 치명적이다.

한국 이상으로 미혼 출산이 금기시되는 사회인 만큼 혼인율 하락이 출산율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중이다.

이미 2022년 부터 인구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과거 중국 경제는 근 10년 내 미국 경제 규모를 넘어설이 확실시 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인구문제로 인해 넘어서더라도 금세 미국에 재역전당하거나 추월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려면 현 성장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몽을 좌절시킬 최대 복병은 미국의 견제 같은 외부 요인보다 인구문제라는 내부 요인이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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