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동계AG서도 ‘라바이차이’… 김치 중국어 표기 또 말썽

메인프레스센터 식당서 발견돼
영문명은 ‘Kimchi’로 바르게 표기
라바이차이, 中 동북 배추 절임 음식
2023년 항저우 AG 때도 표기 문제
문체부 “체육회 통해 표기법 유의 요청,
중국인에 낯선 ‘신치’ 지속적 홍보 계획”

◆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
14일 중국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MPC에서 발견된 김치 안내판의 ‘라바이차이(辣白菜)’ 김지한 기자
14일 중국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MPC에서 발견된 김치 안내판의 ‘라바이차이(辣白菜)’ 김지한 기자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대회 막판, 아시아 각국 기자들이 오가는 메인프레스센터(MPC) 내 식당에 김치가 중국어로 ‘라바이차이(辣白菜)’로 소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9월에 열린 항저우 하계아시안게임에 이어 또 한번 김치 표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14일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메인프레스센터(MPC)가 운영중인 중국 하얼빈 국제 컨벤션 전시 스포츠센터 내 미디어 식당 한켠에 있던 김치는 영문명 ‘Kimchi’와 함께 한자로 라바이차이(辣白菜)가 병기돼 있었다.

‘매운 배추김치’를 뜻하는 라바이차이는 중국 동북 지방의 배추 절임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김치와는 다른 음식이다.


앞서 이번 대회 기간 중 미디어 식당에서는 김치 앞에 명칭이 적힌 안내판이 따로 비치돼있지 않았다.

그런데 대회 막판에 갑자기 안내판이 놓였고, 느닷없이 라바이차이가 중국어 명칭으로 적혀있었다.


앞서 지난 2023년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의 김치 표기 문제는 논란이 됐다.

당시 대회 MPC 내 식당에 김치를 ‘한궈 파오차이(韩国泡菜)’, 미디어 빌리지 식당에서는 ‘한시 파오차이(韩式泡菜)’라고 표기됐다.

영문식 표기는 ‘한국식 야채절임(Korean Pickled Vegetables)’ ‘한국식 발효 야채(Korean-Style Fermented Vegetables)’라고 설명돼 ‘김치(Kimchi)’가 어느 곳에도 없었다.

이후 매일경제신문이 대회 기간 당시 단독 보도한 뒤, 영문명만 ‘Kimchi’로 바꿨을 뿐 파오차이는 라바이차이로 바꿔 표기됐다.


2023년 9월 항저우 동계아시안게임 당시 김치의 영문명 ‘Kimchi’와 병기된 ‘라바이차이(辣白菜)’ 김지한 기자
김치와 파오차이 간의 논란은 지난 2020년 11월, 중국 환구시보가 파오차이의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 인증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 김치가 국제 김치 시장의 표준이 됐다.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는 식의 보도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국은 예전부터 ‘김치의 기원은 파오차이’라는 설을 꾸준하게 제기했지만, 중국 쓰촨(四川)성 지역의 채소 절임 음식인 파오차이는 피클과 비슷하다.


2001년 국제식품규격(CODEX)으로 일찌감치 인정받은 김치는 한동안 뚜렷한 한자 표기법이 없었다.

그러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주도로 주중 대사관과 전문가 등의 논의를 거쳐 중국어 표기로 ‘신치(辛奇)’를 정했고,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훈령을 통해 김치의 중국어 번역 및 표기를 ‘신치’로 소개하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는 대부분 라바이차이, 파오차이로 김치를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국가올림픽위원회인 대한체육회에서 대회 주최 측인 동계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김치 표기법에 대해 이미 유의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영문 표기는 ‘Kimchi’로 표기된다는 답을 받았다.

문체부 훈령의 지침에서는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로 규정하지만 단서로 각 나라의 관용적 표현을 인정하고, 중국 내에서 ‘신치’의 사용이 아직 낯선 점을 고려해 중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신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와 홍보, 인식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얼빈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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