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공식을 스스로 깬다”...스타벅스의 생존 본능 [필동정담]

[사진=연합뉴스]
기존에 익숙했던 성공 공식을 깨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미련과 실패 걱정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스타벅스를 보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지난가을 스타벅스 새 경영자로 발탁된 브라이언 니콜은 스타벅스 성장세가 시들해지는 이유로 ‘지나친 개인화’를 지목했다.

여태껏 스타벅스는 다양한 메뉴와 레시피를 부여하는 개인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와 고품질 이미지라는 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라테 한 잔을 보더라도 커피 사이즈와 원두, 유제품과 냉온 여부, 설탕·꿀·스테비아 여부, 다양한 시럽과 소스, 휘핑크림, 마지막으로 계피가루 첨가 여부에 따라 산술적으로 3800억개 이상 조합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모바일 주문이 시작됐고 이 개인화 전략은 ‘재앙’이 됐다.

모바일 주문 고객이 새치기하듯 들어와 제품을 가져갔다.

대기 줄에 선 고객의 분노는 커져갔고 여기에 스타벅스의 복잡한 주문 옵션은 대기 줄을 더 길게 만들었다.


브라이언 니콜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4분’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고객 주문부터 상품이 실제 서비스되는 시간을 4분 안에 끝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메뉴판의 30%를 줄이는 파격 해법을 내놓았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없앤 컨디먼트바(커피에 넣는 크림 등을 배치한 공간)는 다시 살린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바리스타의 업무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지다.


창업주도 아닌 전문경영인이 기존 성공의 레거시를 허무는 미국 기업의 모습은 혁신을 도모하는 우리 기업들에 여운을 던진다.

얼마 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세계 경제 상황을 ‘씨름→수영’으로의 종목 변경이라고 묘사했다.

게임의 내용과 규칙이 완전히 바뀌는 격변이라는 것이다.


방치하다 ‘방 안의 코끼리’가 된 성공 공식을 허무는 스타벅스의 과감함. 시장을 압도하는 독점 기업조차 이렇게 격한 몸부림으로 폭풍의 시대에 대처하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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