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교사가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생 김하늘 양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학교 내 고정형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건 현장에 CCTV가 있었다면 김양이 이동한 경로를 즉각 확인해 교사의 범행을 막거나, 적어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13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지난 10일 아동 실종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학교 위층부터 내려오면서 찾아봤는데 없었다"는 학교 관계자 진술을 바탕으로 학교 인근 놀이터나 공원, 유치원에 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엉뚱한 곳을 수색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이 학교 운동장 등에는 CCTV가 있었지만 복도에는 설치돼 있지 않아 김양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현행법상 어린이집은 CCTV 설치가 의무이지만 초중고는 그렇지 않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 학교의 교장은 해당 지역 교육청 조례에 따라 CCTV 설치 등 안전대책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안전대책을 수립할 때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의 의견을 듣고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별개로 학교체육진흥법 제7조에 따라 학생에 대한 폭력, 성폭력 등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학교 체육시설 관련 주요 지점에는 CCTV를 설치·관리할 수 있게 돼 있어 운동이나 강당에는 대부분 CCTV를 설치한다.
하지만 학교시설 등 비공개된 장소는 정보 주체의 동의 또는 법률에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등에만 CCTV 설치·운영이 가능(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1항)하다 보니 학교 교실이나 복도에는 CCTV가 거의 없다.
시도교육청 조례에 △외부에서 출입이 가능한 교문 및 교사 출입구 △사각지역 및 사건·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구역 △중요 지역 및 중요실을 필수 감시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사건·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과 중요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보니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지금이라도 학교 곳곳에 CCTV를 설치해 각종 사고를 예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를 살해했는데 어떻게 자녀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느냐"면서 "인권도 중요하지만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과 교사의 인권침해와 자유로운 소통 방해 등을 이유로 CCTV 확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교육청은 2012년 교실 내 CCTV 설치를 검토했으나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설치하고 나면 정작 교사 문제보다는 학생 간 다툼 등 학교폭력 문제로 인해 CCTV를 공개해 달라는 민원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외에서도 교실 내 CCTV 설치는 뜨거운 감자다.
영국에서는 2003년 맨체스터에서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교실에 CCTV를 설치한 이후 다른 지역에도 CCTV 설치가 확산하고 있다.
런던 북부 외곽 체스헌트에 있는 세인트메리고등학교의 스테퍼니 벤보 교장은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에 한해 교장이나 담당 교사에게만 영상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교육부가 대학 강의실 CCTV 설치 예산을 지원할 정도로 CCTV 설치에 관대한 문화다.
하지만 실시간 영상이 공개되면서 학부모들의 민원이 늘고 교권이 무너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 전문가들은 구성원 간 합의를 통해 CCTV를 설치하되 열람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 인권침해와 사기 저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부작용, 악용 소지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꼭 설치해야 한다면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등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우선이고, 추후 열람 조건뿐만 아니라 관리 주체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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