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현민규 MD(왼쪽)와 김민지 MD. 11번가

유례없는 고물가가 길게 이어져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영하의 맹추위 만큼이나 사람들의 지갑도 얼어붙었다.

직장인들에게는 회사 근처에서 1만원으로 점심 한 끼 사먹기도 벅차다.

버는 만큼 실컷 쓰고 인생을 만끽하자는 '플렉스(Flex)'와 '욜로(YOLO)' 대신 '절약형 소비'가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이유다.


11번가에서는 '1만원 한 장이면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다'는 기치를 들고 '9900원샵'을 열었다.

모든 판매 상품이 9900원 이하인 가성비 상품 전문관이다.

먹거리부터 패션잡화, 화장품, 생활용품, 취미용품 등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다채롭다.

구매금액이나 수량과 무관하게 모두 무료 배송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9900원샵의 인기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2023년 9월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최대 월 거래액을 달성했다.

이때 전년 동기 대비 8배 가까운(688%) 거래액 성장을 일으켰다.

같은 기간 구매 고객 수도 약 6.5배(553%)로 늘었다.


9900원샵의 눈부신 성과는 가성비 높은 쇼핑을 제공하기 위한 여러 11번가 상품기획자(MD)의 고군분투로 만들어졌다.

김민지 주방용품 담당 MD와 현민규 자동차용품 담당 MD 등이 주역이다.

이들은 분야별로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상품을 발굴하고, 판매량이 높아질 만한 '예비 히트상품'을 미리 점찍어 9900원샵에 입점시키는 방식이다.


김 MD는 "9900원샵의 지향점은 단순히 가격이 싼 제품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이 모두 뛰어난 제품을 소개하는 일"이라며 "판매자들과 적극 소통하고 협력해서 시기별·이슈별 특가 상품을 전략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점심 물가가 치솟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도시락통', 소규모 모임에 쓰임새가 많은 '테이블웨어' 등을 앞세웠다.


가성비 주방용품으로 유명한 '메종오브제'의 '프라카 만두접시(2개·9900원)'는 접시와 소스볼이 일체형으로 붙어 있기 때문에 편의성이 높아 호응을 얻었다.

식탁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설거지도 줄일 수 있어서다.

지난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특가 판매를 진행해 하루에만 1000개 이상을 팔았다.


현 MD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BAS 탈취제'를 판매자와 협의해 정상가(1만5000원) 대비 44% 저렴한 8400원에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여름철에는 자동차 주인들이 에어컨 냄새로 골머리를 썩는다는 점을 간파한 결과다.

지난해 7월 이 제품의 거래액(109%)과 구매 고객 수(108%)는 모두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11번가는 9900원샵의 판매 상품 규모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생활용품부터 반려동물용품, 레저스포츠용품 등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상품군까지 발굴해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현 MD는 "9900원샵에 방문한 모든 고객이 가계 부담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고 즐겁게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며 "입점 판매자와 함께 트렌드에 최적화된 상품을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