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동계AG 팀추월 銀
韓 역대 개인 최다 메달
2009년 쇼트트랙서 전향 후
꾸준한 기록으로 경쟁력 과시
마흔 앞둔 나이에도 도전 지속
“하고 싶을 때까지 하고파”
◆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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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시상식에서 이승훈이 밝게 웃으며 동료 정재원, 박상언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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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시상식을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메달을 들어보이는 이승훈. 김지한 기자 |
그가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빙판을 지칠 때마다 새로운 역사가 세워졌다.
어느새 서른일곱.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알펜시아)이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또하나의 기록을 세우고서 환하게 웃었다.
이승훈은 11일 중국 하얼빈의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다목적홀에서 열린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에서 정재원, 박상언과 호흡을 맞춰 3분47초99를 기록, 중국(3분45초94)에 이어 2위에 올라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은메달로 이승훈은 통산 9번째 동계아시안게임 메달을 따내 한국 선수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다.
이승훈은 앞서 2011년 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2017년 대회에서는 4관왕을 달성한 바 있다.
경기 후 이승훈은 “대단히 영광스럽다.
오랫동안 스케이트 타 온 보람을 돌려받는 느낌이었다.
그저 운이 좋은 선수 같다.
부상 없이 이렇게 해낼 수 있던 나는 행복한 선수”라며 만족해했다.
그는 “어릴 때 좋아서 시작한 스케이트가 가끔 힘들 때도 있고 스트레스도 많을 때도 있지만 좋았던 기억들도 떠오르니까 이겨낼 수 있었다.
타고났다기보다 노력을 하면서 (오래 탈 수 있는) 계기가 좀 생겼다”고 돌아봤다.
이승훈은 과거 쇼트트랙 국가대표로도 활동하다 2009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서 4회 연속 동계올림픽 메달과 동계아시안게임 메달 등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그는 “이런 일들이 생길 거라고는 당연히 처음에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종목 전향을 했던 게 전화위복이 됐다”면서 “이제는 기록에 대해 덤덤하게 느껴진다.
메달 욕심보다는 그냥 스케이트를 타는 자체가 정말 좋다.
지금은 취미 활동하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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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이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 정재원·박상언과 함께 출전해 동료들을 밀어주며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
어느새 빙상계에서는 최고참, 노장 선수가 다 됐다.
이승훈은 “대표팀 들어오기 전에 중·고등학생 선수들과 운동을 많이 한다.
어린 선수들이 처음에는 ‘승훈 선수님’이라고 해서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선생님, 삼촌’이라고 부르더라”고 말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는 선수 생활 마지막을 단정지어 말하진 않았다.
그는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치를 때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끝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평창올림픽 끝나고 네덜란드에 가서 스케이트를 탔더니 거기 친구들이 운동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많이 바뀌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스케이트를 나보다 더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서 ‘내가 스케이트를 타고 싶으면 제한을 두지 말자’ ‘하고 싶을 때까지 하자’라고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동계아시안게임을 마친 이승훈은 이제 1년 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바라봤다.
만약 출전하게 되면 그의 5번째 동계올림픽이다.
이승훈은 “지금 상황에서는 (올림픽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훈련은 하던 대로 하겠다”면서 “일단 내년에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시 기회를 얻게 된다면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동계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기록이 언제까지 가기를 바랄까. 이승훈은 “바로 깨지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잘하는 선수가 나오면 좋겠다”고 바랐다.
하얼빈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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