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잘 나갔는데”...트럼프 입만 보며 벌벌 떨고 있는 기업들은

트럼프 “예외없이 철강에 25% 관세”
韓 수출주력품 반도체·車도 “관세 검토대상”
11∼12일께 ‘상호관세’ 발표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출처 =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예외나 면제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으로, 올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북미에서 매출이 급격히 증가한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전기전자, 제약·바이오 분야 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북미 지역 매출을 별도 공시한 100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작년(1∼3분기)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262조2714억원)보다 19.5%(51조2516억원) 증가한 313조523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조사 대상 기업의 전체 매출은 1042조1534억원에서 1117조3468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2%에서 28.1%로 2.9%포인트 상승하며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업종별로 살펴보면 IT·전기전자 분야 매출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 업종에서 지역별 매출을 공시한 12개 기업의 북미 실적은 2023년 3분기 누적 80조646억원에서 2024년 3분기 누적 114조2517억원으로 42.7%(34조1871억원)나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증가율(26.1%)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준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 중인 SK하이닉스의 매출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의 2023년 3분기 누적 미국 매출액은 9조7357억원(전체 매출의 45.4%)이었으나 2024년 3분기(누적)에는 27조3058억원(전체 매출의 58.8%)으로 증가하며 3배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전체 매출 중 미국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13.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경우 미주 지역 매출이 68조2784억원에서 84조6771억원으로 24.0% 증가했고, 전력 수요 증가로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의 북미 매출도 각각 57.3%(2795억원→4397억원), 12.3%(6843억원→7687억원) 늘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자동차 업종 역시 북미 시장에서 전년대비 두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여줬다.


현대차는 지난해(1∼3분기) 북미에서 57조382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49조509억원) 대비 17%(8조3317억원) 증가한 수치다.


기아도 같은 기간 43조7245억원에서 48조9473억원으로 12%(5조2228억원) 매출이 상승했다.


업계에선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글로벌 무역 난타전’으로 흐르게 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경우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 아이오닉 9 사진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아직 관세의 부과 방식이나 법적 근거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세 부과 결정 자체가 글로벌 철강 업계에 미치는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국내 철강 업계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고 있는 물량 263만t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방안을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1~12일 사이에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상대국 제품에 관세율을 부과하는 개념의 ‘상호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재확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4주 동안 아마도 매주 (관세 등 무역 관련) 회의를 할 것”이라며 “앞으로 몇주간 철강과 알루미늄 뿐 아니라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에 대해 들여다 볼 것이며, 그외 다른 두어개 품목에 대해서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 조치는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초래한다는 점도 수출국인 한국으로서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 등은 이미 미국의 부당한 조치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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