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과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이끄는 분야별 계열사 지배력과 지위 굳히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방위산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 지분을 취득하면서 조선(군함 건조 포함)으로도 영역을 확대했다.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리조트에 더해 반도체장비 계열사를 진두지휘하는 쪽으로 그룹 내부 정리에서 공감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한화에너지 싱가포르 법인이 보유한 한화오션 주식 2237만5216주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공시대로 다음달 13일까지 지분 매입이 완료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 지분율은 23.14%에서 30.44%로 오른다.

앞서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한화그룹 계열사별로 한화오션 지분이 나뉘어 있었는데 이번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매입에 나섰다.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미사일 등 지상무기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잠수함 기술력과 건조 실적에서 국내 1위인 한화오션은 김동관 부회장이 지상무기와 해양방산에서 꿈꾸고 있는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실현시킬 업체로 평가된다.

글로벌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 항공·우주·레이다·미사일·전투체계 등 방위산업 거의 전 분야에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한화그룹도 향후에는 육해공을 망라해 방위산업 1등 업체가 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기존 지상 방산 중심의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더해 이번 지분 인수로 조선·해양 사업으로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다"며 "장기 사업 잠재력이 큰 조선·해양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방산과 조선·해양 기업으로의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선 부사장도 한화그룹 계열사 가운데 반도체 장비회사인 '한화세미텍(Semitech)'의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을 겸직하면서 오너 경영 체제에 본격 합류했다.

한화그룹은 이날 기존 한화정밀기계가 한화세미텍으로 사명을 바꿨다고 밝혔다.

한화세미텍은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을 표방하고 나섰는데, 특히 김동선 부사장이 직접 챙기면서 반도체 장비 개발과 사업 확대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세미텍은 한화비전이 지분을 100% 소유한 자회사다.

한화비전은 지난해 9월 30일 기준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주)한화가 33.95%, 국민연금공단이 6.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한화에서 한화비전과 한화세미텍으로 이어지는 지배관계를 볼 때 한화그룹 내에서 김동선 부사장이 승계한 분야를 확실히 장악하고 이끌 수 있게 하자는 내부 정리 구도가 엿보인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함께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의 한화그룹 '3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선 부사장은 이번에 핵심 사업 분야로 첨단 산업인 반도체 장비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분야를 승계받았지만 업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 사업 확장의 발목을 잡아왔고 이에 따라 김 부사장도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회사 한화에비에이션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보통주 4만5000주를 225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한화에비에이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00% 자회사다.


[안두원 기자 /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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