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 개최 하루 전인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와 마티아스 코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만나 대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류에 혁신을 불러오거나 파괴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을 지닌 인공지능(AI)과 관련해 바람직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AI 행동 정상회의(AI Action Summit)'가 기술패권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챗GPT와 엔비디아 등 그동안 전 세계 AI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누렸던 미국이지만 최근 중국 딥시크 충격으로 미·중 간 새로운 기술 전쟁이 AI 무대에서도 펼쳐졌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개막한 AI 정상회의에서 공동 개최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AI 분야에 1090억유로(약 163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캐나다 투자회사 브룩필드에서 각각 받은 자금 500억유로, 200억유로가 포함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밝힌 투자금은 AI 운영에 필수적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 쓰인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이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UAE의 AI 펀드 'MGX'가 개발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역점을 두는 AI 투자사업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일로 프랑스는 주요 AI 업체들과 벌이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는 가속화하고 있고 우리는 (투자)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지도자를 자청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미·중이 이끄는 AI 분야에서 유럽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나는 AI를 위해 싸울 것"이라며 "유럽은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스타트업들은 불충분한 자금과 AI 연산처리 능력에 대한 접근성 부족, 규제 적용 방법 불명확성 등으로 힘든 싸움에 직면하면서 미·중 스타트업에 오랫동안 뒤처져 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와 관련해 2022년 챗GPT를 선보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르몽드를 통해 유럽의 규제 중심 논의를 비판하는 취지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유럽 당국은 AI 규제가 초래할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성장과 일자리, 발전을 원한다면 혁신가가 혁신하고, 개발자가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포괄적인 AI 규제법안을 승인해 2026년 8월 전면 시행을 앞둔 것을 경계한 셈이다.


이번 AI 정상회의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공동 주최국 정상으로 참여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장궈칭 중국 부총리 등도 참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올트먼 CEO와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사장,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100여 개국에서 방문한 기업 관계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까지 합치면 참석자는 1500여 명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표로 참석했다.

이외에도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 등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전경훈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배경훈 LG AI연구원장 등 기업인들이 참가했다.


AI 정상회의는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올해로 3회째다.

첫 회의는 영국 런던, 두 번째 회의는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프랑스와 인도는 금번 회의에서 각국이 윤리적이고 민주적이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AI를 위한 약속을 담은 공동 선언문에 서명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AI 분야에서 격돌하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부상을 노리는 유럽의 입장이 서로 달라 AI에 대한 범국가적 약속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김덕식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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