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다채롭게 적용할 한국기업, CEO부터 미래 반도체 공부해야”

AI반도체 최고위과정 개설
반도체석학 유회준 KAIST 교수
온디바이스 AI칩 시대 대비
제조·물류업 등 맞춤형 전략

유회준 카이스트 교수 [김호영기자]
오픈AI의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에 이어 중국산 딥시크 R1의 충격파로 미래 기술 주도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계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자본과 인력으로 AI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대표적 반도체 석학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석좌교수가 3월부터 국내서 처음으로 AI반도체 최고경영자 교육과정을 시작한다.

반도체와 결합한 AI 최고위 과정은 국내 최초다.


반도체공학회 회장을 역임한 유 교수는 카이스트 AI반도체대학원 원장이자 IT융합연구소 소장, PIM반도체설계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19년 세계적 반도체학회인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최초로 AI반도체 기조연설을 했고 2023년에는 최다 논문자로 선정됐으며, 반도체 공정과 회로를 다루는 VLSI(초고밀도집적회로)학회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유 교수는 반도체 연구자들의 필독서 ‘DRAM의 설계’를 집필했고 2008년부터 AI반도체를 연구해 2014년 세계 최초로 DNN 가속기를 발표한 바 있다.


유 교수는 최근 딥시크 쇼크에 대해 “이미 알려진 기술로 오픈AI를 베껴 비용을 확 낮춘 수준이라 새로운 것은 없었다”며 “지난해 LG전자 AI연구원이 발표한 AI알고리즘 엑사원과 기술적 차이도 크지 않지만, 중국이란 거대 시장 때문에 주목받았을 뿐, 결국 ‘해프닝’으로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고사양의 엔비디아의 AI 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에 방증했음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칠게 표현하면 탱크로 방청소하는 격이었다는 것이다.


딥시크가 저성능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사용해 최적화된 기술을 선보여 저사양 칩 시장이 확대되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된다는 것. 실제 AI의 학습과 추론 기능 중에서 학습에만 고사양 칩이 필수라 한다.


유 교수는 “앞으로 온디바이스 AI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세인 상황에서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이 확실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미래에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손잡고 만든 초거대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생성형 AI는 비싼 비용과 고성능 컴퓨팅 파워로 클라우드처럼 사용되지만 앞으로 PC(개인 컴퓨터)처럼 AI를 디바이스에 탑재해 사용하는 온디바이스 시대가 필연이다.

저전력 D램(LPDDR)이 확산되고 이를 패키징하는 방법도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1곳에 데이터센터가 하나만 있던 시대에서 집집마다 사람마다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시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과거 대형 컴퓨터에 들어가던 반도체가 스마트폰처럼 작은 기기에 저전력 제품으로 들어간 것과 같은 원리다.


유 교수는 “AI반도체를 치고 나오는 나라는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한국 3나라 뿐이다.

유럽과 일본은 지리멸렬하고 대만은 남의 것을 만들어줄 뿐”이라며 “한국은 AI반도체 응용 영역에서 경쟁력이 있다.

자동차 가전 등 제조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AI 대전환(AIX·AX)이 산업의 틀을 바꾸고 있어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산업의 경쟁력이 됐다”며 “경영자들이 각 기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토로하는 것을 들으면서 AI반도체 최고경영자 과정을 개설하게 됐다”고 전했다.


AI는 오픈AI와 같은 AI 알고리즘,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같은 AI반도체, 공장 자동화나 물류 제어 등 응용할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유 교수는 “개별 기업은 적절한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반도체 하드웨어를 적용해 AI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난해 온라인 강좌를 개설해서 관련 전문가와 산업계 인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 교육과정을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응용 분야로 바이오, 양자컴퓨터, 로봇 등 사례도 함께 다룰 계획이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무인 로봇으로 AI를 제어해 40% 이상 물류비를 절감하고 제약사에서 AI로 개발 시간을 단축한 사례 등이다.

카이스트 교수들은 물론 박영준 서울대 교수와 정순문 UNIST 교수, 심재윤 포항공대 교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 마스터는 물론 차세대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창업자들도 강연할 예정이다.


이한나 선임기자

유회준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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