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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순 에코프로비엠 설비기술팀 직장이 공장 현장에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에코프로 |
포스코·
삼성전자·
LG화학 등 대기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명장(名匠)' 우대가 중견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차전지 기업
에코프로그룹은 최근
에코프로비엠 설비기술팀 소속 배문순 직장(53)을 '명인'으로 선정했다.
올해부터 도입한 전문가 제도의 일환으로 현장에서 우수 인재를 선발해 3년간 준임원으로 대우한다.
업무 권한을 부여하고 급여도 맞춰준다.
9일 배문순 명인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용접할 때는 쇳물이 흘러내리는 걸 보면서 조정을 해야 하는데 이는 대체될 수 없는 사람만의 노하우"라며 "인공지능(AI), 로봇 시대에도 기술 인재의 입지는 굳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 발견되는 문제를 파고들고 토론하며 해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제2, 제3의 명인 후배들을 길러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기업들 사이에서 명장 제도를 운용하는 곳은 현재
에코프로가 사실상 유일하다.
'노하우가 있고 열심히 하는 직원들을 대기업 부럽지 않게 대우해줘야 한다'는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 뜻에 따라서다.
이 창업주는 지난달 임명식에도 참석해 직접 배 명인을 격려했다.
배 명인은 그간 설비 문제 해결, 예방 정비, 라인 최적화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활약상은 사내에선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2021년
에코프로 포항캠퍼스에 파견돼 양극재 소성 공정 생산성 향상을 이뤄낸 게 대표적이다.
그는 90%에 머물렀던 수율을 한 달 만에 97~98%로 끌어올렸다.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공장에서 계속 머물며 관찰한 뒤, 밤낮 가리지 않고 매일 회의하며 현장에서 살다시피 했던 덕분이다.
배 명인은 "퇴근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며 "꿈까지 꿀 정도였다"고 했다.
2017년
에코프로비엠 오창 CAM4 공장 일화도 유명하다.
설비를 새로 들여온 탓에 가동 초기 오류 보고가 하루에 1000건 가까이 발생했는데 그가 공정을 개선한 후 오류가 50건 안팎으로 95% 가까이 줄었다.
배 명인은 현장 근무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20대 초반 한보철강 당진공장 건설 현장에서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년 가까이 용접 일을 했다.
에코프로에는 2015년 경력으로 입사했다.
배 명인은 "공장에 컨베이어 벨트와 소성로가 있는데 모두 이전 용접공 생활을 하면서 만들어본 것들"이라며 "용접 경험이 일하는 데 있어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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