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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간 첫 정상회담이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렸다.
회담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인상과 미·일 간 무역 불균형 해소 등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요구사항을 내놓지 않은 데다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요리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이시바 총리는 미국에 1조달러(약 145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 기준 일본의 대미 투자액이 8000억달러(약 1165조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보다 25%를 늘린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도 약속했다.
바이오에탄올과 암모니아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이시바 총리는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적자 규모는 685억달러(약 100조원)에 달한다.
방위비와 관련해서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것을 단계적으로 올려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에는 2%로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의 적극적인 선물 보따리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동맹을 확고히 뒷받침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선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평화와 안보 유지, 힘을 통한 평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밝혔다.
특히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와 한국, 필리핀 등 중첩된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 강화에도 동의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안보조약 제5조'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해줬다.
이는 내심 일본이 가장 원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함께 협력할 것도 약속했다.
안보뿐 아니라 경제 부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 간 '뜨거운 감자'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도 꺼냈다.
그는 회담에서 "일본제철은 구입이 아닌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US스틸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투자를 집행하기로 합의했고 일본 측과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US스틸 경영진을 면담했던 그는 이번주 일본제철 경영진을 만나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을 예정이다.
무난하게 마무리된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놓고 이시바 총리가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상회담을 철저히 참고한 것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도 정확하게 8년 전인 2017년 2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 간 회동을 했다.
당시 그는 일본 언론들에게서 '조공 외교'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향후 10년간 미국에 4500억달러(약 656조원)를 투자하고 일자리 7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취임 전만 해도 일본이 미국 경제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벼르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환율조작 문제와 무역 불균형, 주일미군 주둔비용 분담 증가 요구 등을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소위 '아부'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가며 그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시바 총리는 최선을 다해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고 아부를 통해 웃음을 유발했다"면서 "그는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세 관련 질문을 철저히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선물의 아이디어도 아베 전 총리의 힘을 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으로 반짝거리면서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에 착안해 금장 사무라이 투구 장식을 보낸 것이다.
가격은 16만8000엔(약 160만원)이다.
트럼프를 처음 만난 아베 전 총리도 금장으로 된 혼마 골프채를 선물해 환심을 샀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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