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에 입학해 오는 3월 자취를 시작하게 될 권정우 씨(19)는 자신의 원룸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놨다.

권씨가 선택한 공기청정기는 요즘 MZ세대 신혼부부 사이에서 핫한 벽걸이형이었다.

그는 "원룸이라 침대와 책상만 놨는데도 이미 공간이 좁다"며 "혼자 사는 집에는 벽걸이형 제품이 공간 활용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벽걸이형 가전이 한층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벽에 거는 형태 가전제품으로 TV·에어컨·선풍기 정도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공기청정기·침대·비데 등 욕실 용품까지 벽걸이 또는 접이식으로 출시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최근 스탠드형과 벽걸이형 모두 가능한 공기청정기 신제품 '2025년형 벽걸이 공기청정기2'를 선보였다.

4단계 필터 시스템이나 오염도를 색상으로 표시하는 등 기능은 일반 공기청정기와 같지만 세워서 쓰거나 본체를 벽에 붙여 설치할 수도 있는 점이 다르다.


코웨이 관계자는 "어린이집이나 병원 등 바닥에 제품을 두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곳에서 구매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간이 좁아 가전제품을 세워두기 어려운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쿠쿠홈시스의 '초슬림 벽걸이 공기청정기'와 퓨리팟의 '슬림F1벽걸이 공기청정기'도 벽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가구 중에서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침대도 사용할 때만 펼치는 벽걸이형이 있다.

에넥스가 지난달 출시한 'EB 자동 접이식 히든월베드'는 낮에는 수납장, 밤에는 침대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가구다.

리모컨을 이용해 접었다 펼 수 있어 사용하지 않을 때는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일반 침대는 프레임 하단 서랍을 제외하면 수납 기능이 없지만 이 침대는 수납장이 붙어 있어 책이나 장식품 등을 넣을 수 있다.

침대를 접으면 슈퍼싱글(SS) 기준 최대 4.95㎡(약 1.5평)의 공간을 더 쓸 수 있다.


한정된 공간에 여러 용품을 설치해야 하는 화장실에서는 벽걸이를 넘어 '공중부양' 형태 아이디어 제품이 눈길을 끈다.

대림바스가 최근 국내 최초로 출시한 벽걸이형 자동 물내림 일체형 비데는 벽걸이형 변기와 비데의 통합 버전이다.

일반 변기는 바닥에 실리콘으로 붙인 모양이지만 이 제품은 벽에 붙여 발 아래 공간을 띄우는 벽걸이형이면서 비데까지 가능한 물탱크가 필요 없는 직수 방식이다.

변기와 비데가 바닥에 닿는 부분이 없어 물때나 곰팡이가 덜 생기고 화장실 바닥 청소도 용이하다.


화장실 온도를 높이고 물기를 말리는 용도로 이용하는 온풍기와 보디 드라이어도 벽걸이형 제품이 나왔다.

프롬비의 '따뜻샤워 욕실용 벽걸이 온풍기'와 바툼의 '바디플럽 바디드라이어'는 벽걸이형이며 플러스에어의 초소형 보디 드라이어 '바디투'는 벽에 걸거나 선반 등에 올려 스탠드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들 벽걸이형 가전·가구는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더 늘어나는 추세다.

가전제품 크기가 사용감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TV와 냉장고 등은 공간을 차지하게 두더라도 나머지 가전은 경량화한 제품을 벽에 붙여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쿠쿠의 벽걸이형 공기청정기 제품은 무게 5.2㎏, 폭 11㎝에 불과하다.


바닥이 젖지 않게 쓰는 건식 화장실이나 미니멀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트렌드도 벽걸이형 제품 출시에 일조한다.

벽걸이형은 밖으로 보이는 전선이나 밸브, 콘센트 같은 부속품을 숨겨 본체 디자인만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특히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에서 시공 단계부터 벽걸이형 제품을 요청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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