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으로 긴 연휴가 월말에 몰리면서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이체나 카드대금 등 예약 등록된 결제가 쌓였다가 31일 하루에 한꺼번에 실행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금융결제원과 은행망에서 혹시 모를 전산 장애나 지연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은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문제없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연휴 직전인 지난 24일 장애가 발생하면서 머쓱해졌다.

이에 연휴 내내 24시간 근무 체제를 가동하며 31일에 '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기준으로 31일에 역대 최다 일 거래량이 예상된다.

자동이체 등 기등록된 예약이체를 뜻하는 '센터컷'만 5대 은행에서 최소 1억5000만건 이상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급여일이 21~25일에 몰려 있고, 카드대금·보험료·각종 공과금 납부는 그 후인 26~31일에 집중 분포돼 있다.

이번 설 연휴가 이례적으로 길어지면서 이것이 처리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가 연휴가 끝나는 31일에 일제히 실행되는 것이다.

이날 전체 거래는 수십억 건에 달할 전망이다.


금융결제원과 각 은행 인프라스트럭처 담당 부서에는 비상이 걸렸다.

일단 금융결제원은 24일 장애가 있었던 만큼 31일 상황에 더 긴장하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총 120개 팀이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으며 팀마다 비상근무자를 배치했다"면서 "연휴 기간에도 24시간 공백 없는 근무가 가능하게 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정보기술(IT) 관련 비상 대응 근무에 들어갔다.

5대 시중은행에선 31일 0시부터 해당 팀 비상근무가 시작됐다.

기존에 근무하던 당직자 외에도 30일 밤부터 관련 팀은 물론 본점 지원 인력까지 상당수 인원이 출근해 인프라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31일 센터컷 발생량은 3900만건으로, 당일 온라인 거래 발생량은 최대 3억600만건 정도로 추정하고 인프라 대응에 나섰다.

각종 프로그램 등 변경과 업데이트도 다음달 3일까지 막았다.


신한은행도 온라인 거래뿐 아니라 내점 거래도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지점 수요를 파악해 본점에서 지원 인력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거래량 급증으로 시스템 과부하 발생 시 시스템 용량을 10분 내 긴급 증설할 수 있는 '온디맨드 아키텍처'를 적용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정진완 행장이 지난 29일 직접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IT비상상황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측은 IT 인프라 비상 용량을 증설하고, 대량 메시지 발송에도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간격 배치를 해놨으며, 연휴 기간 비상근무자를 50명으로 설정해뒀다.

NH농협은행은 아예 설 명절을 대비해 디지털 플랫폼 차세대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명절 이후 첫 영업일인 31일 거래 집중에 대비해 전산 자원 증설을 완료했고, 고객 거래에 영향이 없는 일괄 작업에 대해선 작업 시간 조정을 사전에 마쳤다는 설명이다.


[박인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