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고객들이 '요리하다 월드뷔페' 즉석식품을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


지난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빌딩 6층. 적막한 사무실 공기를 뚫고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니 음식 냄새가 진동하는 공간이 나왔다.

각종 요리 장비와 도구로 삼면이 둘러싸인 곳에선 스타 셰프인 강레오 씨(48)와 8명의 셰프가 마라중화잡채·해물잡채·유린기·명란로제파스타 등 출시 전 음식을 앞에 두고 고심하고 있었다.

셰프의 손을 거친 즉석식품(델리)은 회사 대표, 임직원이 포함된 40여 명의 품평회에서 살아남아야 각 점포에서 데뷔한다.

이곳은 4년 전 롯데마트가 즉석식품·가정간편식 개발을 목적으로 만든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센터장 강레오)다.


마트가 즉석식품과 자체 운영 식당을 강화하며 저렴한 '마트 한 끼'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점심값 1만원 시대를 맞아 '런치플레이션'(런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의 피난처로 마트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 6월 서울 제타플렉스 잠실점·서울역점, 그랑그로서리 은평점 등 4개 점포에서 즉석식품을 사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요리하다 월드뷔페' 운영을 시작했다.

이달 15일까지 약 두 달(57일) 동안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누적 판매량은 13만5000개를 넘어섰다.

회사는 지난달 17일부터 경기 의왕점, 군산점 등 적용 점포를 늘렸다.

현재 27개 점포에 요리하다 월드뷔페를 도입했고, 전 점포로 확대하기로 했다.


요리하다 월드뷔페는 장어 지라시초밥, 에그누들, 깐쇼새우 등 60여 종의 뷔페 메뉴 상품을 3990원 또는 499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새 브랜드다.

이는 즉석식품 전략 선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과거 즉석식품의 주류는 1만~2만원대 대용량 상품이었지만, 가격대를 낮춘 균일가의 소용량 위주로 바뀌고 있다.

업계가 저렴한 마트 한 끼 만들기에 나선 건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점심 풍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직장인들의 점심값이 평균 1만원을 넘어선 가운데, 송파구에 있는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엔 이른 점심 시간대부터 직장인들이 몰리고 있다.

한 끼 식사로 제격인 '나시고랭'과 곁들임으로 먹기 좋은 '갈릭치킨스테이크'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은경 씨는 "삼계탕이 2만원 가까이 돼 식당에서 외식하기가 두렵다"며 "주로 낮에 할인하는 마트 초밥을 사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비교적 낮은 균일가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박리다매가 가능해서다.

대량 매입이 가능해진 건 2022년 말부터 추진해 온 마트·슈퍼의 통합 매입 때문이다.

연어, 전처리 야채 등은 마트와 슈퍼의 물량을 합쳐 정기적으로 입찰을 진행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트레이더스)'의 자체 운영 식당인 T-카페도 가성비 맛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상반기 트레이더스 매출 성장률을 T-카페가 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 7월까지 T-카페 매출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트레이더스 전체 매출 성장률의 3배가량이었다.

트레이더스 매출이 6.1% 늘어날 때 T-카페 매출은 17.8% 늘어난 것이다.


최근 3개년 T-카페 매장 이용객 수는 2022년엔 500만명, 2023년엔 600만명, 올해(7월까지)엔 410만명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올해 700만명의 고객이 T-카페를 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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