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두배 늘어도 매출 정체
개별관광 즐기는 MZ세대
면세점보다 올리브영 찾아
국내 면세점업이 엔데믹 이후에도 좀처럼 활로를 못 찾고 있다.
공항 임차료와 마케팅·임금 등 비용은 증가하는 가운데 방한 외국인이 늘어도 씀씀이가 줄면서 면세점 소비는 거의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면세점들은 2분기 일제히 영업이익이 크게 줄거나 적자폭을 키우며 모기업인 백화점과 호텔의 실적까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18일 매일경제가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국내 4대 면세점의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합계 영업이익이 66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영업이익이 80% 안팎 급감했고,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적자를 이어갔다.
신세계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21억원 감소했는데, 이 가운데 신세계면세점의 영업이익 감소가 316억원으로 대부분이었다.
호텔신라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96억원 감소했는데, 신라면세점 영업이익 감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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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문을 연 신라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 뷰티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신라면세점> |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호텔롯데는 올해 2분기 25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70% 이상인 183억원이 롯데면세점에서 발생했다.
현대면세점도 지난 2분기 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이후 8년 연속 적자행진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3일 현대면세점의 금융권 대출에 대해 1030억원의 자금보충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 면세점들이 모기업인 백화점·호텔의 실적까지 발목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면세점 실적이 악화되는 것은 엔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객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면세점 매출 확대는 기대에 못전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국내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은 442만명으로 전년동기 225만명에 비해 96.4% 증가했다.
반면 상반기 외국인 면세점 매출액은 5조8524억원으로 전년동기 5조2739억원에 비해 11.0% 증가하는데 그쳤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약 80%는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면세점 매출이 좀처럼 늘지 않는 것은 해외 단체 관광객 비중이 줄고 개별 관광객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면세점보다는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등에서 중저가 화장품 위주로 구매한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트렌드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고 현지 사람들의 일상을 체험하고 따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MZ세대들의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중국이 단체관광객 방한을 허용했지만 한국으로 오는 전세기 편이 거의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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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면세점 2분기 영업이익 |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면세점 업황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인천공항의 면세점 영업면적이 확장되면서 임차료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MZ세대 중심의 관광객 비중이 늘어나며 면세점 이용률이 과거만큼 오르지 않는다”면서 “구매 객단가 높은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이 나타나지 않아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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