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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레이킹 댄스 대표 레이건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대회 예선에서 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 AP 연합뉴스] |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브레이킹 종목에 출전했다가 전 세계의 놀림 대상이 된 호주 선수가 침묵을 깨고 이번 올림픽에 진지하게 임했다고 항변했다.
호주 대표로 출전한 레이건(본명 레이철 건)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여러분의 삶에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
그게 제가 바랐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제 경기가 그렇게 많은 증오를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면서 ”솔직히 꽤 충격적이었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앞서 레이건은 지난 9일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브레이킹 댄스에서 캥거루를 모티브로 한 춤 등을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그가 이날 조별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우리가 익히 아는 브레이크댄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신체 능력을 극대화한 화려한 춤 동작이 특징인 브레이킹 댄스 종목에서 레이건은 캥거루처럼 무대를 폴짝폴짝 뛰는가 하면 바닥에서 흐느적거리는 등 예상 밖의 춤 동작을 선보였다.
여타 선수들이 고득점을 위해 자주 선보이는 헤드스핀 등의 화려한 기술은 레이건의 무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판정은 심사위원이 기술성, 다양성, 독창성, 수행력, 음악성의 5가지 기준으로 무대를 평가해 더 나은 퍼포먼스를 펼쳤다고 생각하는 댄서에게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레이건이 0점을 얻었다는 건 조별리고 3라운드 경기에서 단 한 명의 심사위원도 설득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올림픽 경기가 끝난 이후 온라인에서는 레이건의 브레이킹 동작을 두고 “이건 우리 아이가 떼를 쓰는 모습”이라거나 “반려견이 마당에서 뒹구는 모습”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미국 토크쇼 진행자 지미 펄론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패러디가 쏟아졌고 일각에서는 레이건이 올림픽 출전권을 부정하게 따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제 청원 사이트에 그의 선발 비리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엔 15일 오전까지 4만 5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레이건은 “경기에 매우 진지하게 임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모든 걸 바쳤다”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앞서 마틴 길리안 브레이킹 댄스 수석 심사위원도 그를 옹호한 바 있다.
길리안 위원은 “브레이킹은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을 가져와 자신의 나라와 지역을 대표한다.
이것이 바로 레이건이 하고 있던 일”이라며 “레이건은 주변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이 경우는 캥거루였다.
저희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충격적일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레이건은 자신의 출전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최근 호주올림픽위원회(AOC)가 발표한 성명 등을 참고하라”며 자신이 정정당당히 출전권을 따냈다고 반박했다.
AOC는 최근 “올림픽에 국가를 대표해 출전한 어떤 선수도 이런 식으로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며 “레이철 건이 투명하고 독립적인 심사를 거쳐 선발됐다”고 설명했다.
AOC는 국제 청원 사이트에 해당 청원을 즉시 삭제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 이 청원은 비활성화 상태다.
레이건은 “언론에 제 가족과 친구들, 호주 브레이킹 댄스 커뮤니티를 괴롭히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며 “모두가 이번 일로 많은 일을 겪었다.
그러니 제발 그들의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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