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들 눈물 왈칵 쏟았다”…시세보다 한참 낮은 전세만 지원한다는 LH

공시가 126%로 한도 줄자
전세 대신 월세 계약 늘어
LH 전세 한도 시세와 괴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요즘 아파트도 공시가격이 다 떨어져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세’ 물건은 전멸이에요.”
경기도 수원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가뜩이나 LH 전세 매물이 적었는데 보증금 기준까지 축소되면서 지금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며 “손님들이 찾기를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월세 계약을 한다”고 말했다.


LH가 지원하는 신혼부부 전세임대 한도가 축소되면서 신혼부부들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한도가 공시가격의 153%에서 126%로 축소되면서 LH 지원이 되는 전세 매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LH의 이 기준은 아파트나 빌라에 상관없이 적용되기 때문에 값싼 아파트 전세를 찾던 신혼부부들은 좌절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평택에서 LH 신혼부부 전세임대를 알아본 이모씨는 결국 전세를 못 구하고 월세로 계약했다.

전세 1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는 구했는데 LH 심사 결과 부결됐다.

LH를 대리해 권리분석을 수행하는 법무법인 관계자는 “공시가 기준 126% 이내 전세여야 하니 보증금이 9800만원 이하여야 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엄연한 시세가 있는데 그보다 한참 낮은 전세만 지원이 된다고 하니 정말 답답하다”며 “아파트는 KB국민은행 시세가 명확한데도 공시가 기준으로 전세 한도를 정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LH 신혼부부 전세임대는 소득과 자산 조건이 맞으면 금리 1~2%로 전세보증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입주 예정자가 원하는 주택을 물색하면 LH가 전세 계약을 체결한 후 입주 예정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이때 신청자는 전세 보증금 5%만 내면 된다.

나머지 95%는 LH가 지원해준다.

목돈이 적은 신혼부부들이 LH 전세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 탓에 LH 전세 가능 매물을 찾기는 어렵다.

지원 한도액(신혼부부 유형1 기준)이 수도권 1억4500만원, 광역시 1억1000만원, 지방 9500만원이다.

LH 전세를 찾던 한 신혼부부는 “수도권에서는 반지하 빌라나 언덕배기 허름한 집만 가능하다”고 씁쓸해했다.


특히 LH 전세가 가능한 전세보증금 한도까지 축소돼 신혼부부들은 LH 전세 찾기를 포기하는 상황이다.

LH가 전세임대를 지원할 때 적용하는 주택 가격은 공시가격의 170%였다.

여기에 전세가율 90%를 곱한 공시가 153% 이내로 전세보증금이 설정되면 전세임대 가입 대상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LH는 전세사기 예방 목적으로 공시가 적용 비율을 140%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LH 전세임대가 가능한 전세보증액도 공시가 140%의 90%인 126%로 줄어들었다.


앞서 지난해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전세보증 한도를 공시가격의 126%로 축소했다.

다만 HUG는 이를 아파트가 아닌 빌라 등 비아파트에만 적용했다.

아파트는 KB시세나 한국부동산원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통상 공시가가 시세보다 한참 낮아 공시가를 적용받지 않는 아파트는 빌라와 달리 보증 한도 축소 영향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LH 전세임대는 아파트, 빌라 등 모든 주택에 공시가 126% 룰을 적용하기 때문에 값싼 아파트 전세를 찾던 신혼부부들은 LH 전세임대를 포기하는 상황이다.

충남 천안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방 아파트는 공시가가 더 떨어져서 LH 전세임대가 되는 아파트는 거의 없다”며 “돈 없는 신혼부부를 지원하는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을 월세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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