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예산 집행을 막고 최소한의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설정해둔 방패막들이 하나둘씩 허물어지고 있다.
불필요한 사업 추진을 차단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에 이어 이번에는 언제든 나랏돈을 동원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건을 아예 완화하는 법 개정 시도까지 나타났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약계층 생계 안정을 위해 나랏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발표했다.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당론으로 추진하면서 재원 13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을 먼저 손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민주당은 또 국세감면율 법정한도(14.3%)를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해 감세 한도를 두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민주당은 추경 요건에 '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 해소와 취약 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이 시급히 필요한 경우'를 신설했다.
현행 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처럼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등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 의원은 "내수 부진으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확대하자는 취지"라며 "민생회복지원금도 염두에 둔 법안"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다 같이 협의했고, 당론 추
진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세한도 규제 법안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부자감세 통제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한국의 재정 악화 속도에 경고음을 울린 가운데 이처럼 나랏돈 씀씀이가 커지면 재정 건전성 한 축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전직 기재부 예산실장은 "사실상 추경을 상시화하겠다는 것인데,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책 목적에 따라 계속 추경 요건이 추가되며 예산을 편성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은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민생지원금이 지급되면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환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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