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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연륜의 CEO·젊은 임원`으로 내년 충격에 대비
기사입력 2018-12-0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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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 등 주요 그룹 정기 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올 재계 인사 키워드가 '경영 안정'과 미래 먹거리·시장 개척을 준비하는 '세대교체'로 요약되고 있다.

내년 경기 한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아래 인사권자들이 안정과 쇄신을 조화시키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주력했다는 것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LG 등 주요 그룹은 연말 인사를 통해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를 유임하고 젊은 임원을 대대적으로 승진·발탁해 미래 CEO가 될 잠재력을 갖춘 인재들을 적극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전례 없이 과감한 외부 수혈로 혁신을 꾀하고 위기 돌파를 위한 쇄신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뚜렷했다는 평가다.


매년 재계 인사의 나침반 역할을 할 만큼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는 안정을 우선순위에 두고 회사를 이끄는 3인의 대표를 유임하면서 사장급 사업부장 인사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핵심 사업부인 DS(디바이스솔루션)·CE(소비자가전)·IM(IT모바일) 부문장을 유임하고,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DS부문 대표인 김기남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IM부문을 이끄는 고동진 사장은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거취가 주목됐으나 유임이 확정되면서 내년 명예 회복에 나설 기회를 얻게 됐다.


삼성전자의 이번 사장단·임원인사는 2014년 이후 최소폭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초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첫 정기 인사였지만 무역분쟁이 심해지고 반도체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안정을 택한 것은 자연스럽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안정 외에 세대교체라는 방향도 제시했다.

김기남 부회장의 승진에 이어 50세의 노태문 IM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세대교체 가능성을 열었다.

전례를 봤을 때 노 사장은 1~2년 내에 고동진 사장에 이어 스마트폰을 이끄는 무선사업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LG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첫 임원 인사에서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6인의 부회장 가운데 박진수 LG화학 부회장만을 교체하며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반면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LG그룹 부회장단 인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결정으로 꼽히는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의 영입은 미래 혁신을 위한 기업의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구 회장은 그간 박진수 부회장이 뛰어난 사업 실적을 거둬왔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일구기 위해 신 수석부회장을 삼고초려해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미국의 글로벌 제조기업에서 혁신 경영을 이끌었던 신 수석부회장의 영입을 통해 미래 혁신의 혜안을 얻고 조직 내 '순혈주의' 문화도 과감히 걷어내겠다는 게 구 회장의 의중이다.


LG그룹은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인재풀을 확대하기 위해 2004년 이후 최대 규모인 134명의 신규 임원(상무)을 선임했다.

특히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를 담당하는 지주사의 경영전략팀장으로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의 홍범식 사장(50)을 깜짝 영입해 '젊은 피'를 수혈했다.


SK그룹 인사의 특징은 불확실성에 대비한 '젊은 리더십'과 '애자일(민첩성) 조직'으로의 변화다.

지난 6일 단행된 인사에서 신임 CEO로 내정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53)을 비롯해 안재현 SK건설 사장(52), 윤병석 SK가스 사장(52),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54) 등이 모두 50대 초반에 불과하다.

그룹 전체 신임 임원의 평균 연령도 48세로 이 중 53%가 1970년대 출생이다.

이와 함께 빠른 의사 결정과 상황 대응을 위해 무거운 기업 조직을 민첩한 스타트업 체질로 바꾸는 작업도 가속화하고 있다.

그룹 주력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하반기부터 일부 부서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해온 '임원 중심의 애자일 조직'을 내년부터 전사로 확대 시행한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인사는 일찌감치 시작됐다.

3분기 어닝쇼크를 맞은 현대차그룹은 실적 발표 직후에 바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동시에 단행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특히 실적이 좋은 지역은 승진, 악화된 지역은 경질 인사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과감한 경질뿐만 아니라 실적과 무관하게 미래 전략에 맞춘 인사도 동시에 나왔다.

지난해부터 진행해오던 글로벌 권역본부체제 개편을 일단락 짓고 해외 조직을 한층 젊게 가져간 것도 특징이다.

그만큼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가장 충격이 컸던 부분은 중국이었다.

현대·기아차는 이병호 부사장을 중국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중국사업을 담당하던 설영흥 고문을 비상임 고문으로 발령하는 등 중국사업본부 내 주요 임원 20여 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중국 진출 1세대를 퇴진시키고 중국 시장 탈환을 위한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미래사업 확보를 위해 창업주 3~4세들이 핵심 보직에 전진 배치된 점도 GS·코오롱 등 주요 그룹의 올해 인사 특징이다.

GS는 그룹의 핵심 주력사인 GS칼텍스 대표이사가 허진수 회장에서 오너가 4세인 허세홍 GS글로벌 사장(49)으로 바뀌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사장의 발탁은 GS그룹이 본격적인 4세 경영 시대에 돌입했다는 점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특히 에너지사업에서 그룹의 명운을 건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고(故)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 장남인 허용수 사장(50)은 GS그룹의 미래 에너지사업을 책임지는 GS에너지 대표로 전진 배치됐다.


지난달 말 오너인 이웅열 그룹 회장의 '쿨한 퇴장'으로 시선을 끈 코오롱도 4세 경영 체제에 본격 돌입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주)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34)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중책을 맡았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경북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한 지 6년 만에 그룹경영의 최전선에 서게 된 것이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포함해 내년 주요 그룹들이 도전적인 사업 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치열한 대내외 환경 앞에서 오너가 4세들을 전진 배치해 위기경영에 대한 경험과 도전 역량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올해 인사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LS그룹도 삼성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은 내년 경영 상황에 대비해 능력이 검증된 주요 계열사 CEO들을 모두 유임했다.

또한 저성장 경제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승진 폭도 예년보다 줄여 내실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가운데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3세인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54)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김규식 기자 / 한예경 기자 / 이재철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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