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서울시가 시 금고 운영을 담당할 은행을 선정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또 다시 우리은행을 단수로 지정하려고 뜸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이나연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시는 내년부터 4년 간 시금고를 운영할 은행 선정 공고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에 운영준비 기간을 9개월 정도 주기 때문에 예정대로라면 1월 공고, 3월 심사와 선정의 수순을 거쳐야 하지만, 지난 달까지 공고를 내겠다는 서울시는 감감무소식입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단수 금고를 운영중인 서울시가 실무진 검토가 끝났음에도 우리은행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그렇다면 단수와 복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먼저 1개 은행만 선정하면 재해와 전산장애 등 비상상황 발생시 예산 운영이 마비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2개 이상의 은행이 참여하면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출연금과 협력사업비 등을 더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금융업계는 복수제의 장점이 명백한데도 늦추는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한편, 업계에서 선호하는 복수 금고는 정부의 권고사항이기도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4년 지자체 금고를 기존 1곳에서 최대 2곳을 넘지 않도록 규정을 바꾼 바 있습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서울시의회가 복수 금고 도입 법안을 가결해 힘을 실어줬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울시는 이를 외면하고 여전히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금고 선정에 따른 불공정을 막기 위해 새로 은행을 지정할 경우 협력사업 실적을 평가 항목에서 빼도록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점수 불이익으로 다른 금융기관이 선정되는 길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

▶ 인터뷰(☎) : 금융업계 관계자
- "서울시가 오래 쌓인 주거래은행의 노하우와 전산 인프라, 회계의 복잡성을 강조하는데, 이 말은 앞으로도 서울시금고는 우리은행의 전유물이 된다는 뜻 아닙니까. 지자체에서 쌓인 다른 은행의 노하우를 외면하는 겁니다."

다른 관계자도 "복수 금고를 운영하면 시민의 편의가 높아지고 시 공무원도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외면하는 서울시의 저의를 도대체 모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시는 세수가 크고 항목도 수천가지에 이르기 때문에 수많은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야야 업무 효율이 높다"며 "금고의 추가나 변경 과정에서 은행 간 시스템의 불일치, 데이터 집중화에서의 비효율성, 납세항목별 수납은행이 달라지는 납세의 불편함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매일경제TV 이나연입니다.

[ⓒ 매일경제TV & mktv.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