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라운지] '모니모'로 금융 혁신했는데 … 회계 발목잡힌 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연결 기준 실적에 자회사 삼성화재의 실적을 포함시킬지(지분법 적용)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생명이 내놓은 혁신금융서비스 '모니모'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모니모는 삼성생명·화재·증권이 함께 내놓은 통합 금융 앱이다.

지분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모니모가 회계기준상 '중요 거래'에 해당한다고 본다.

지분법이 적용되면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순이익 일부를 자기 순이익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대신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에 대한 배당 재원으로 쓰기 위해 반영해야 할 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


8일 회계학계에 따르면 한국회계기준원은 전국 재무·회계학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분법 적용과 관련한 주요 쟁점에 대한 질문을 담았다.


지분법 논란은 삼성생명이 지난 2월 삼성화재를 보험업법상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촉발됐다.

삼성생명삼성화재 지분율이 20%에 미달하는 만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지분법을 미적용하고 있다.

금융당국 의견에 따라 지분법을 미적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삼성생명 측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실질적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지분율이 20% 미만이더라도 '유의적인 영향력'의 정황이 존재하면 지분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분법 적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양사가 모니모를 두고 펼치는 협업을 유의적 영향력의 근거로 든다.

양사는 모니모 디지털 플랫폼에 모두 1000억여 원을 출자하며 공동 운영에 참여 중인데, 이는 K-IFRS의 유의적 영향력을 판단하는 '중요 거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보험 상품과 고객 행동 데이터 등은 삼성생명 주도로 개발해 삼성화재가 기술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모니모는 단순 결제 앱이 아니라 고객 정보와 상품 설계 등을 통합한 인프라스트럭처이기 때문에 '필수 기술정보 제공' 요건에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필수 기술정보 제공은 유의적 영향력을 판단하는 주요 근거다.


삼성화재의 자사주를 제외하면 삼성생명은 유효 의결권 중 지분율이 18%에 육박하므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밖에 양사가 2013년 이후 총 10건 이상의 고위 임원 교차 인사를 낸 것, 블랙스톤과 9300억원의 공동 투자 약정을 맺은 것도 유의한 영향력의 정황으로 꼽히고 있다.


회계학계에서는 반박 의견도 팽팽하다.

모니모 협업은 각사 시스템을 API로 연결한 기술적 연계일 뿐, 특정 회사가 운영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랙스톤 투자 또한 그룹 내 일반적인 투자 협력 형태이며, 임원 교차 인사는 각사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승인한 것이라고 맞선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오는 16일 포럼을 개최해 삼성생명삼성화재 지분법 적용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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