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감세법 후폭풍
혼다 전기차 대형 SUV 포기
현대차는 HV 모델 2배 확대
무역수지 개선 압박 도요타
‘美생산→日수출’ 전략 검토
일본서 ‘300만대 생산’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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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평택항 기아차 전용부두에 선적 대기 중인 수출 차량들. 한주형 기자 |
25%에 이르는 ‘트럼프 자동차 관세’에 전기차 구매 혜택을 없애는 ‘트럼프 감세법’까지 최근 발효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세계적 완성차 기업에 유례없는 수익성 충격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자동차 수요국인 미국에서 친환경차 확대 기조가 기존 내연기관차 우위로 전환되면서 한일 양국 기업의 전기차(EV) 생산과 연구개발, 지출 확대 전략이 전면 재조정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급기야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일본 내수용으로 파는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고 있다.
8일 일본 니혼게이지아신문(닛케이)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시장에서 EV 지배력 확대를 위해 미래차 생산과 개발, 투자를 우선했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역대급 사업 재조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미국에서 7500달러에 이르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트럼프 감세법 발효로 종료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한 ‘수요 절벽’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발 상호관세 일정이 한·일 양국에서 사실상 8월 1일로 확정되면서 관세 인상에 따른 한국 현대·
기아와 일본 도요타·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3분기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수요와 수익성 충격에 대비해 혼다가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 중이던 대형 SUV 전기차 모델 출시를 중단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오는 2027년 새로운 대형 SUV를 출시한다는 목표였는데 관세 인상 부담과 미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소멸하는 상황에서 도저히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형 SUV는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전기차 개발 관점에서 더 많은 배터리와 높은 품질의 섀시 등 EV 세단보다 훨씬 높은 개발 및 조달 비용이 투입된다.
현대차도 트럼프 2기 정책 충격에 대비해
하이브리드(HV) 모델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하는 전략을 표출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은
하이브리드 집중 전략을 언급하며 전기차 사업에서 전략 재조정을 예고했다.
초대형 EV 생산 시설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드 아메리카(HMGMA)를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HV 생산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트럼프발 자동차 품목 관세 충격에 대응해 수익성이 낮은 저가·중소형 모델 선적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전기차 예산으로 책정한 1800억유로 중 600억유로를 내연기관 개발로 돌리기로 했다.
‘친환경차 시장의 축소·미국 현지 생산 부담 확대’라는 초유의 복합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해 고심 중인 세계 1위 완성차 기업 도요타의 행보도 주목할 부분이다.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로 그나마 트럼프발 충격이 덜하지만 닛케이는 도요타가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를 완화하는 방편으로 미국 공장에서 만든 도요타 차량을 일본 내수용으로 역수입하는 전략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25%에 이르는 자동차 품목 관세를 조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미국을 상대로 대미 자동차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 생산 물량을 일본으로 보내는 극단적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관세 충격에 대응하려면 일본 내 생산보다 미국 현지 생산이 유리한 상황인 점, 그리고 미국 내 수요가 부진할 경우 남아도는 재고 물량을 일본 내수용으로 돌릴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그간 미국 현지 생산 능력을 올리면서도 일본 내 ‘300만대’ 생산 전략을 유지해왔다.
이를 통해 엔저 환경에서 환차익 효과를 발생시켜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쌓아 올린 자동차 관세 장벽과 대미 무역수지 개선 압박으로 인해 미국 내 생산 부담이 커지면서 일본 내 ‘300만대’ 생산 전략이 함께 흔들리는 상황이다.
※트럼프발‘車관세·감세법’ 압박에 韓·日·獨 업계 대응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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