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발달장애골퍼 이승민
7일 개막 US어댑티브 출전
2년연속 준우승 한 풀기 위해
지난겨울 100일간 매일 훈련
안 되면 될 때까지 외치며 집중
PGA 투어 대회 나가는 꿈꿔
감동 주는 선수로 기억되고파

올해 US어댑티브 오픈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이승민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민수용 골프전문사진기자

자폐성 발달장애 프로 골퍼 이승민(28·하나금융그룹)이 최근 가장 많이 외치는 구호는 ‘안 되면 될 때까지’다.

지난해 해병대 훈련을 통해 정신력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가 US어댑티브 오픈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위해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오는 7일(한국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의 우드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제4회 US어댑티브 오픈을 앞두고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한 이승민은 “올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가 US어댑티브 오픈이다.

무조건 1위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

2022년 1회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기억을 살려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US어댑티브 오픈은 각종 장애를 지닌 골프 선수들이 출전해 사흘 동안 스트로크 플레이로 순위를 가린다.

이승민이 이 대회 정상에 오르겠다는 남다른 욕심을 드러낸 이유는 지난해와 2023년에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해서다.


그는 “올해는 우승을 놓치는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지난겨울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다.

‘나는 언제나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감까지 불어넣은 만큼 이번 대회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이승민은 올해 4월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역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 성적인 공동 22위를 차지하는 등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장애가 있어 못한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아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올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고 골프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게 골프인 것 같은데 계속해서 실력을 향상시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이승민이 올해 US어댑티브 오픈을 제패하기 위해 지난겨울 소화한 훈련표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10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1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시즌 중에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사소한 실수를 줄여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승민은 샷과 퍼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일 아침 6시부터 훈련에 매진했다.


그는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올해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310야드까지 늘었다.

약점으로 꼽혔던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과 퍼트 실력도 크게 향상됐다.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나는 데 그동안의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이승민이 스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작은 어드레스다.

그는 “아무리 좋은 스윙을 갖고 있어도 준비 동작인 어드레스에 문제가 있으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양팔의 간격을 유지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양팔을 최대한 모은 상태에서 스윙이 시작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지 적응을 위한 준비는 지난달 27일부터 하고 있다.

이승민은 “올해 대회가 열리는 우드몬트 컨트리클럽의 잔디가 한국 골프장과는 크게 다른 만큼 일찍 미국으로 넘어왔다.

새로운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개막 전까지 잘 준비해 올해는 예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고 말했다.


‘골프계 우영우’ 등으로 불리는 이승민은 감동을 주는 프로 골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타이거 우즈와 최경주, 박세리 등처럼 골프계의 전설이 될 수는 없지만 나와 비슷한 친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보고 누군가가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수차례 보여준 이승민은 언젠가는 꼭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누비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는 차이나투어 시드를 유지하는 것이다.

내년도 DP월드투어 볼보 차이나 오픈과 하이난 클래식 출전권까지 확보하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지만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꿈도 꾸고 있다.

해병대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될 때까지 도전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US어댑티브 오픈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이승민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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