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서 수십년간 뜯어갔다”…날 세우는 트럼프, 곤혹스러운 일본

트럼프 “상호 관세 유예 생각 안 해”
일본은 쌀과 자동차서 매우 불공정
현재 24%인 관세 30~35%로 시사

日 자동차 업체는 美서 가격 인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와 관련, 연이어 일본을 겨냥해 공격적인 발언을 이어가자 일본 정부가 적지 않게 당황하고 나섰다.

당장 즉각적인 반응을 삼가는 가운데 대책 마련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전용기 기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상호관세 유예 연장이 없다고 밝힌 뒤, 일본에 대해 “우리에게서 30~40년간 뜯어내면서 잘못 길들여진 나머지 합의를 하기가 정말로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 보낼 서한 내용에 대해 “당신은 (대미 관세로) 30%나 35% 또는 우리가 결정하는 어떤 수치를 지급하게 될 것”이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일본에 대해 매우 큰 무역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지난 4월 9일 상호관세 유예 전 일본에 대해 24%의 상호관세율을 책정해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상향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쌀이 부족한데도 미국산 쌀을 수집하지 않는 점과 자동차 분야에서의 무역적자 심화에 대해 중점적으로 발언했다.

농수산물 수입은 일본서 금기사항으로 통하고, 자동차는 일본의 최대 산업으로 꼽힌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을 만나고 있다.

[사진 출처 =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캡처]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날이 선 발언을 쏟아내는 배경에는 장기화하고 있는 미일 관세협상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7차에 걸친 장관급 관세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에 이어 일본과 관세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한 뒤 중국 유럽연합(EU) 한국 등 다른 나라와 협상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계획이 틀어져버린 것이다.

일본의 경우 자동차 관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고, 이를 협상의 핵심 사안으로 꼽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해 부과된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농업 또한 마찬가지다.

집권 자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 농민이기 때문에 함부로 농수산물 수입 장벽을 걷어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쌀 수출 발언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우리는 농업 부문을 희생하는 어떤 일도 할 생각이 없다”고 언급할 정도다.


여기에 일본은 오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가급적 선거 전에 불리한 조건으로 관세 협상을 타결시키기를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협상 내용이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일까지 협상을 서두르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본이 답답하기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성 발언에 대해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며 확전을 일으키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아오키 가즈히코 관방 부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 당국자(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하나하나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일 간에는 진지하고 성실한 협상이 계속되는 중”이라며 “양국에 이익이 되는 합의를 실현하기 위해 협상을 정력적으로 계속해갈 생각”이라고 원론적인 발언을 하는데 그쳤다.


도요타 로고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4월부터 자동차에 부과한 25% 추가 관세의 영향으로 일본 차 업체 6곳 중 4곳이 미국서 가격 인상 방침을 밝혔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는 이달부터 미국에서 차량 평균 판매가격을 270달러(약 37만원) 인상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달 18일부터 평균 2.1% 가격을 올렸고, 스바루는 6월 출하분부터 최대 2055달러(약 280만원)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마쓰다 또한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격인상에 앞서 미국 내 신차 판매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도요타 등 일본 차 4곳이 1일 발표한 6월 미국 신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 감소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관세 발동 전에 수입한 재고는 바닥을 드러내며 5월 미국 신차 재고는 247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1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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