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가 18일 기획재정부 등 부처별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새 정부 정책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한국의 인공지능(AI) 기술력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해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마중물'을 붓겠다는 전략이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이날 경제1분과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이제 기술 주도로 '진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업종·지역·규모별 격차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을 잘 달리게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고, 이를 국민에게 보고하는 마음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앞다퉈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재부는 AI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분류해 투자분에 대해 15~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종전 반도체·2차전지 분야에서 AI로 지원 범위가 확장된다.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때 타임아웃제를 도입해 인허가 절차도 대폭 줄인다.

특별한 사유 없이 특정 기간 내 인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일종의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AI 청년 창업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현재 청년 기업은 창업 지역에 따라 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50~100% 감면받고 있는데, AI 창업기업에 대해 이 기간을 더 늘려주는 정책이 거론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 출시에 무게를 뒀다.

한국만의 독자적인 AI 모델을 기초로 국민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 출시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AI 정책을 주도할 전담 부처에 일종의 컨트롤타워인 'AI정책실'을 신설하는 방안도 담았다.

새 정부가 과학기술 부총리직 신설을 검토하면서 이에 대비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AI 잠재력은 주요국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어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만 있으면 성장의 한 축을 떠받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국가별 AI 준비도 지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AI 성장 잠재력(0.73·2023년 기준)은 비교 가능한 데이터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11위였다.

영국(14위), 캐나다(17위), 프랑스(19위)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과기정통부는 또 지난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되며 연구 생태계가 훼손됐다고 보고 기초연구를 내년 1만5000개 수준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R&D 예비타당성제도 역시 손본다.

지금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신규 R&D 사업을 진행할 때 예타를 받아야 하는데, 이 때문에 한시가 급한 핵심 R&D 상용화가 늦어진다고 보고 R&D 예타 폐지 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태호 경제1분과장은 "신속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가 첨단전략산업 육성으로 AI 3대 강국,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문화 강국 등 새 정부 비전을 구체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정기획위원들은 내수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위원들 사이에선 "그동안 기재부가 안이하게 대응해 내수 침체를 막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실기론이 나오기도 했다.


재원 마련 방안도 논의됐다.

각종 세액공제를 수술해 비과세·감면 대상을 정비하고 깎아주는 세금(조세지출)을 틀어막겠다는 게 골자다.

올해 조세지출은 78조원으로 역대 최대에 달할 전망인데, 앞으론 국세 감면 법정한도를 지키면서 세수를 아낀다는 방침이다.


AI 인재 육성을 놓고도 토의가 이어졌다.

국정기획위와 교육부는 'STEAM(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 교육 활성화를 주제로 협의하며 교육 전 단계를 아우를 수 있는 AI 인재 양성 방안을 논의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과 관련해선 거점 국립대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고려해 교육부터 취업, 정주까지 지역에서 할 수 있도록 선순환 고리를 구축하는 방안을 더 논의하기로 했다.


[김정환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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