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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부터 1만5000여 그루의 나무를 제거한 오크몬트 컨트리클럽 전경. 임정우 기자 |
제125회 US오픈이 열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은 1993년부터 지금까지 1만5000여 그루의 나무를 제거한 독특한 기록을 갖고 있다.
나무 제거 프로그램을 진행한 가장 큰 이유는 1903년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을 설계한 헨리 파우네스의 기존 구상안인
나무가 없는 링크스 스타일로 복원하기 위해서다.
골프장 곳곳에 위치한 나무를 제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은 많은 비용을 투자해 나무를 없애는 데 각별히 공을 들였고 2016년부터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됐다.
이후에도 개장 당시 골프장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대회를 앞두고는 미국골프협회(U
SGA)와 길 핸스 코스 설계가가 합세했다.
2023년 3월 처음 시작된 작업은 7개월 뒤인 10월에 마무리됐다.
핸스 설계가는 과거 사진을 참고해 각 홀의 그린 면적을 평균 20%씩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은 나무 제거 프로그램을 실행한 또 하나의 이유로 환경보전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골프장에는
나무가 많아야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나무가 지나치게 많으면 그늘이 생기는 지역이 넓어지면서 잔디가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햇빛이 들지 않는 특정 지역에는 잔디 생육을 위해 약품까지 사용해야 하는 만큼 나무를 제거함으로써 얻게 되는 친환경적인 효과가 상당하다.
물 사용량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오크몬트 컨트리클럽 한 관계자는 "나무를 제거한 뒤 물 사용량이 이전보다 45%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US오픈을 주관하는 U
SGA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U
SGA는 2021년 마이크 완 대표가 부임한 뒤 15-30-45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향후 15년간 3000만달러를 투자해 물 사용량을 45% 이상 절감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오크몬트 컨트리클럽 내에 나무를 없앰으로써 코스 난도를 높이고 경기 진행 시 발생하는 변수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나무 제거 프로그램으로 인해 선수들이 더욱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 US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필 미컬슨(미국)은 "골프장 내에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만큼 샷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확실히 난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오크몬트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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