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서도 똘똘한 한채 찾아 서울로 … 대구 540가구엔 고작 10명 청약

◆ 똘똘한 한채 광풍 ◆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똘똘한 한 채' 현상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 주택으로 집중되고 있다.

지방 신규 아파트 분양은 처참한 실적을 거뒀고 골치 아픈 미분양만 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서울 내 양극화'는 물론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시장 온도 차를 줄일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아지는 배경이다.


2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 가운데 절반가량은 순위 내 청약 마감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달 단지 대부분은 지방에 집중됐다.

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여전히 경쟁률이 높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0일을 기준으로 청약을 마친 단지 가운데 충남 서산 '테크노밸리 고운하이츠'와 부산 '디 에이션 파크 부산', 부산 '해운대 경동리인뷰', 부산 '에코델타시티 중흥S-클래스 에듀리버', 대구 '벤처밸리 푸르지오' 등은 마감에 실패했다.


서산 테크노밸리 고운하이츠는 93가구 모집에 14명만 신청했고, 디 에이션 파크 부산도 68가구 모집에 14명만 신청하는 데 그쳤다.

대구 벤처밸리 푸르지오는 540가구 모집에 10명만 신청했다.

하지만 경기 '동탄 포레파크 자연&푸르지오' 351가구 모집에는 2만6372명, 서울 구로구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262가구 모집에는 3543명이 몰려 대조를 이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920가구로 이 가운데 대다수인 5만2392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매달 역대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3월 말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만5117가구이며 이 가운데 81.8%인 2만543가구가 지방에 있다.

아직 신고되지 않은 물량까지 더하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수치는 이보다 더욱 높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12월만 해도 8690가구로 1만가구를 밑돌았지만 지난해 12월 1만7229가구 이후 올해 2월 1만9179가구를 거쳐 3월에는 2만가구 선마저 뚫어버렸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추고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등 지방 분양업계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대선을 앞두고도 지방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침체돼 있어 각종 부동산 공약에 대해 시장이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를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이런 서울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지방 미분양 사태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다주택자에게 세금 폭탄이 부과되는 상황에선 시세 차익 프리미엄 없이는 지방 청약 단지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며 "지방에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유예하거나 취득세 중과를 폐지하는 조치 등이 시장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모든 가계대출에 확대 적용되면 수도권 대비 지방의 매매·청약 시장 위축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모두가 집을 한 채만 가질 수밖에 없는 규제 환경이 결국 특정 지역, 특정 상품에 수요를 집중시키고 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규제를 완화해 시장에서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서울 집값도 안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우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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