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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삼성물산 |
서울 한강변 아파트의 '조망 프리미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이라도 '한강이 보이느냐'에 따라 10억원 이상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가 하면 일부 매물은 '3.3㎡(1평)당 2억원'을 돌파하며 시장의 기준을 새로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한강 조망권의 희소성과 상징성이 주목받으며 역세권보다 조망권이 더 중요시되는 새로운 시장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강 보이면 얹어서 15억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지난 3월 70억원에 거래되며 국민 평형으로는 처음으로 3.3㎡당 2억원을 넘겼다.
같은 달 같은 면적에서 이뤄진 다른 거래들은 57억5000만~60억원 선에 머물렀다.
매물 위치에 따라 10억원 넘는 차이가 난 셈이다.
더 넓은 면적인 전용 101㎡의 매물(65억원)보다도 비싸게 거래됐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70억원에 거래된 매물은 강변에 위치한 동으로 한강 '와이드 뷰'가 확보된 물건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강 변 대장 아파트에선 조망 여부만으로도 기본 15억~20억원 웃돈이 붙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지하철 역세권보다 한강 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는 한강 벨트를 따라 형성된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서는 전용 154㎡가 지난 2월 100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더 넓은 면적이면서도 지하철역과 가까운 100동 매물(최고가 68억원)보다 30억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조망이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고급주택 수요 "이젠 뷰가 중요"
한강 조망권의 가치 상승은 고급주택 수요층의 생활양식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고급주택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1~2년 새 강남과 용산, 한강 뷰 고급주택 거래를 중심으로 수십억~수백억 원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급주택은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조망, 사생활 보호, 유사 계층 커뮤니티 형성 여부 등이 중요하다"며 "시장 침체기에도 가격이 잘 내려가지 않고 활황기에는 상승 탄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강 조망권이 통상 아파트 가격의 20% 수준을 좌우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집값이 높을수록 조망 프리미엄은 더 가파르게 붙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핵심 지역 내 한강 변 아파트 공급은 한정된 만큼 조망권을 가진 물건의 희소성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강 프리미엄이 키운 양극화
서울 고급주택의 조망권 프리미엄이 치솟는 동안 아파트 시장 전반에서는 고가·저가 간 가격 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강남권 한강 변 초고가 아파트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서울 내부는 물론이고 전국 단위에서도 주택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약 6배를 기록했다.
불과 5년 전인 2020년에는 4배 수준이던 것이 점차 벌어져 지난해 9월부터는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5분위 배율은 가격 상위 20%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하위 20%로 나눈 지표로 수치가 클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같은 달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1.5배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이는 고가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지만 저가 아파트는 오히려 하락한 결과다.
전국 5분위 평균 아파트 가격은 1년 새 13억2660만원으로 9.4% 상승했지만 1분위는 1억1567만원으로 3.5% 하락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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