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증시를 좌지우지한 올해 증권주는 '신고가 랠리'를 펼치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국내외 증시 투자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주가를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선 정치권에서도 우호적인 재료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주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지난 13일 기준으로 올해 30.74%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증권 지수는 같은 기간 코스피(8.71%)는 물론이고 지난해 '밸류업 바람'을 타고 주가가 치솟은 KRX 은행 지수(11.46%)도 상회했다.
대장주인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올리면서 증권주의 질주를 이끌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들어 주가가 60.02% 상승했다.
지난 12일과 13일에는 연일 장중 52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법인과 자산관리(WM) 부문의 최대 실적에 힘입어 연결 기준 258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NH투자증권(16.06%)과
한국금융지주(25.39%), 그리고
삼성증권(27.59%)과
키움증권(29.26%) 등 주요 증권주들도 줄줄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종목들도 지난 12일 일제히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최근 들어 '신고가 행진'을 벌이는 중이다.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거래대금이 한 단계 늘어난 상황에서 국내 증시도 우상향하고 있어 증권주의 전망도 밝다.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은 지난 4월 말부터 일평균 3조원을 넘어섰다.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 정규시장, 애프터마켓을 다 합친 거래대금은 하루에 5조원에 육박한다.
코스피도 이달 들어 지난 9일(-0.09%)을 제외하고는 연일 상승하면서 2600 선에 안착한 모습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협상전략이 1기 때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1기 당시 90일 유예 이후 S&P500이 전고점을 넘어 신고가를 기록할 때까지 올려치기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증권주들의 최근의 상승세에도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매력은 여전하다.
주요 증권사들이 공개한 커버리지 내 4개사(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기준 2025년 예상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를 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9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권 주자들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400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증시 부양책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제출한 10대 공약 목록 중 3번째 '가계·소상공인의 활력을 증진하고, 공정경제를 실현하겠습니다'를 통해 증시 부양 구상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주식시장 재편 및 주주환원 강화, 외국인투자자 유입 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 및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적극 추진 등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장기 박스피 탈출을 위한 K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발표한 김문수 후보는 배당소득 분리 과세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납부 한도와 비과세 한도 확대 등의 증시 부양책을 내세웠다.
지난달부터 이 후보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거론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증권주들이 랠리를 펼치기도 했다.
이 후보가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공약하자 자사주를 대량으로 보유한 종목들이 소각을 통해 수혜를 볼 거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며 자사주 비중이 50%를 넘어선
신영증권은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40% 수준으로 올랐다.
자사주 비중이 43%에 육박하는
부국증권 또한 최근 한 달 새 20%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자사주 비중이 25%를 웃도는 대신증권도 지난달부터 코스피의 상승률을 웃도는 성적을 내고 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신규 지정에 대한 기대감도 증권주를 견인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증권사 7개사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영위를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에 몰릴 전망이다.
종투사에 진입(자기자본 3조원)하고, 발행어음 인가(4조원)와 IMA 진출(8조원) 등 단계를 밟아갈수록 수익성이 높은 신사업에 손댈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은 'IMA 1호 사업자'를 노리고 있고, 초대형 투자은행(IB)인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메리츠·하나·신한투자·
키움증권은 초대형 IB 진입과 발행어음 인가를 동시에 목표로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초대형 IB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대선 변수에도 금융당국의 '한국형 골드만삭스'에 대한 의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권주의 동반 상승세는 앞서 발표된 1분기 호실적과 올해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감, 정책 수혜 가능성 등이 두루 부각된 결과"라며 "양호한 채권 운용 실적과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브로커리지 실적 개선, 신사업을 통한 기업금융 외형 확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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