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관세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글로벌 증시에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한시적 조치이긴 하지만 사실상 4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기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시장의 긴장감을 완화하기에는 충분했다.
투자 심리 호전과 함께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도세도 주춤하고 있다.
무려 8개월 이상 지속된 외국인의 투매가 드디어 일단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중 관세 전쟁 우려가 완화하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활했다.
반도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시원하게 급등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투자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반도체 업종에는 가장 큰 호재다.
또한 미·중 관련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레거시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칩 수출 규제가 완화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HBM 초호황 사이클과 함께 DDR5, eSSD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미·중 관세 전쟁과 반도체 품목 관세에 대한 우려로 지난 2~3개월간 극심한 부진을 겪은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이 이제 서서히 돌파구를 준비하고 있다.
2분기 이후 HBM향 핵심 장비들의 수주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고, 업황 관련 긍정적인 시그널도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워낙 많이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가격 매력도 충분하다.
공정별 핵심 소재, 장비 기업을 공급망에 따라 분류하고 대장주 중심의 우선순위를 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전력 인프라
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동반해서 같이 주목받고 있는 업종이 전력 인프라다.
연초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와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많은 우려를 자아냈지만, 최근 대장주 역할을 하는
LS ELECTRIC을 중심으로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산일전기 등 관련주들이 일제히 반등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와 AI 투자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구축 열기로 관련 수주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지 생산 전략이 가시화하면서 관세 충격도 대부분 흡수했다.
오히려 조정을 거쳐 가격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제약·바이오
트럼프 대통령의 약값 인하 행정명령이 발표됐다.
하지만 애초 우려했던 것보다 강도가 심하지 않고, 일각에서는 실
효성에 대한 의문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당장의 약값 인하 정책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실제 약값 인하 정책이 시행되면 빅파마 기업들은 더욱 활발한 신약 후보물질 도입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시행하게 된다.
신약 지위를 더 오래 인정받기 위한 제형 변경과 장기 약물 플랫폼 도입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적 노이즈로 인해 단기 조정을 받았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조선·방산
최근 굳건하게 국내 증시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방산과 조선 업종이 가격적인 부담을 나타내고 있다.
업황, 수주 사이클, 한미 협력 등 모멘텀은 풍부한 상황이지만 이미 상당 부분의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상반기 내내 주가가 워낙 가파른 상승세를 펼친 만큼 밸류에 대한 부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중 협상이 진전을 이루면서 시장 수급이 그동안 관세 피해주로 큰 하락을 겪은 반도체와 신재생(원전·
태양광) 등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다소 부담이다.
[김영민 매일경제TV MBNGOLD 매니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