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후보교체, 당원이 뒤집었다 … 金→韓→金 '롤러코스터'

◆ 2025 대선 레이스 ◆
"우리는 원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셋째부터 나경원·안철수 의원, 김 후보, 권 원내대표. 김호영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주축이 돼 추진했던 헌정사 초유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가 상처만 남긴 채 무위에 그쳤다.

24시간 동안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김문수에서 한덕수로, 다시 김문수로 뒤바뀌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를 사실상 거부하자 9일 밤 후보를 강제로 교체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지도부는 9일 밤 10시 30분부터 진행된 후보 단일화 2차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10일 0시에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잇달아 열어 김 후보의 대선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한 후보의 입당과 후보 등록 안건까지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이양수 선거관리위원장은 같은 날 새벽 김 후보의 선출 취소를 알리는 공고와 함께 대통령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냈다.

한 후보는 새벽 3시 30분께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책임당원이 됐다고 발표했다.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후보 등록 신청을 받은 결과, 한 후보가 단독으로 후보 등록을 신청했고 김 후보는 후보 자격을 상실했다.


하룻밤 사이에 후보 교체를 추진한 지도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변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를 진행했다.



상황이 후보 교체 쪽으로 기울어지는 듯 보이자 김 후보 측은 10일 서울남부지법에 '후보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곧바로 가처분 신청 심문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주말이라는 점 때문에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경원·이종배·박대출·강민국·권영진 등 중진 의원 10여 명이 일방적인 교체보다는 협의를 통한 단일화를 재추진하자고 양측을 설득해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3차 실무협상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 협상도 조사방식 이견으로 다시 결렬됐다.


후보 교체를 강제로 멈춰 세운 것은 법원이 아니라 '당심'이었다.

김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후보들이 일제히 교체론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선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경선 후보들은 페이스북에 각각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한동훈), "두 ×이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홍준표), "막장극을 자행하고 있다"(안철수), "국민의힘 모습이 아니다"(나경원) 등 글을 줄줄이 올렸다.


결국 오후 11시를 넘어 개봉된 당원 투표 결과에서 후보 교체에 반대하는 의견이 근소한 차이로 많이 나오면서 후보 교체 안건이 전격 부결됐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은 너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제 부족함 때문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즉각 사의를 밝혔다.

한 후보도 투표 결과를 수용했다.


국민의힘 후보 지위를 되찾은 김 후보는 11일 오전 9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마쳤다.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은 취하했다.

그는 국민의힘 당사로 이동해 한 후보와 회동했다.

김 후보는 "저는 한덕수 선배에 비하면 모든 부분이 부족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한 후보도 "우리가 김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한 후보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위를 내려놓고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지 열흘 만에 퇴장했다.


[김명환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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