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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가입자식별장치(USIM) 데이터 유출 사건으로 유심 무상 교체가 본격 시작된 지난 4월 28일 김포국제공항 로밍센터에 긴 대기줄이 형성됐다. [이가람 기자] |
사실상 영업 자체가 막힌 상황입니다.
SK텔레콤에서 보상해 주겠다고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언제, 어떻게, 얼마를 책정해 줄 것인지 방침이 없어요. 다음 주면 벌써 사건이 터진 지 한 달이 지나는데, 슬슬 생계가 걱정됩니다.
SK텔레콤이 초유의 가입자식별장치(USIM) 데이터 유출 사건으로 유심 무상 교체와 신규 가입 중단을 결정했다.
대규모 해킹 사태가 발생한 데 책임을 지고 가입자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리점의 어려움은 심화하는 분위기다.
11일 매경닷컴이 찾은 서울시내 T월드들은 지난 5일부터 신규 가입과 번호 이동을 포함한 대부분의 영업 활동을 멈추고 유심 교체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에 유심 부족 현상이 해결될 때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전면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리면서다.
SK텔레콤 영업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유심 무료 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영업점에 내방객이 몰렸다.
하루 20명이 방문했던 지점에 200명이 줄을 섰고, 유심을 교체하지 못한 가입자가 유리병을 던지며 난리를 피우고, 유심 교체 예약 방법을 알려 달라는 문의가 쇄도하는 등 그야말로 대란이 벌어졌다.
이후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이 이뤄지고 유심 교체 예약 페이지가 정상 가동되면서 매장 혼잡은 줄어들었지만, 유심 교체 업무만 수행이 가능해지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유심 재고 부족으로 인한 가입자 불만도 대리점이 받아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유심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수급이 원활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 10일 자정 기준 유심 교체 가입자 수는 143만명에 불과하다.
SK텔레콤 가입자 수는 2500만명에 달한다.
T월드 관계자 A씨는 “매장 운영이 슬슬 벅차다”며 “유심도 잘 안 들어오고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못 주게 될 것 같아서 차라리 매장을 며칠 닫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장기전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T월드 관계자 B씨는 “(
SK텔레콤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는데 아침부터 임원들이 모여 무슨 논의를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현장이 어떤 꼴인지도 모르고 지원도 안 와서 화가 난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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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T월드들은 영업 시간이 종료된 뒤에도 좀처럼 불을 끄지 못하고 있다. 낮에는 유심 교체 작업을 하고 밤에는 남은 업무를 처리한다. [이가람 기자] |
SK텔레콤은 수익 활동이 막히게 된 영업점에 대한 보상안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SK텔레콤은 현재 직영점 350여곳과 대리점 2250여곳을 거느리고 있다.
영업점들은 실시간 유심 수급 현황과 브랜드 신뢰도 회복 대책, 실질적 보상 금액 등 발표를 기다리고 있지만
SK텔레콤이 점주들과 소통을 시도한 정황은 좀처럼 확인되지 않았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영점과 대리점이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 모집을 중단했다.
대리점은 영세업자로 신규 영업을 중단하면 피해를 입게 된다”며 “유심 재고가 턱없이 부족해 난동까지 일어났는데 본사에서 해당 지점에 어떤 배상을 해 줬냐.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구체적으로 보상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판매점은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도 현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판매점에서는 여전히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고 KT와
LG유플러스의 가입 업무를 함께 처리하기 때문에 보상의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매점도 힘든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지난 6일 일일브리핑을 통해 해킹 사고 이후 판매점의 신규 고객 유치 실적이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공시지원금 외에 추가지원금도 눈에 띄게 줄었다.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하는 이용자만을 받아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 해킹 사건 합동 조사 결과가 오는 6월 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피해 보상 문제는
SK텔레콤의 소관이라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은 해킹 사태를 수습하면서 보상과 관련된 사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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