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신은 안됩니다, 다른 곳에 가세요”…퇴짜 늘어난 정책대출, 왜?

잦은 규정변경 심사부담 커져
기금 부족에 입금도 제때 안돼
KB, 타은행으로 넘기기까지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외벽에 게시된 디딤돌대출 안내 게시물의 모습. [사진 출처 = 뉴스1]
시중은행들의 정책대출 회피가 심화되고 있다.

정책대출은 정부 기금으로 운용되는 대출로 서민의 내집 마련을 위해 주택도시기금으로 집행되는 디딤돌이나 사잇돌 대출이 대표적이다.


정부기금이 넉넉하지 않아지면서 심사가 완료돼 대출이 나가야 하는 돈이 제 때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자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시 각종 요건이 자주 변경되고 까다로워진 것도 한몫했다.

은행원이 심사과정에서 실수를 할 경우 고스란히 은행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 대출 취급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디딤돌대출을 받기 위해 자신의 주거래은행인 KB국민은행 지점을 찾았던 사람들 상당수가 취급 거절을 당하면서 타행을 이용하라는 안내를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디딤돌대출은 5억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사람만 받을 수 있는 정책대출이다.

가장 일반 개인 고객 숫자가 많은 KB국민은행에서 거절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 측은 “일부 직원들의 일탈”이라면서도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약정서를 개정해야 해 그 기간동안 약정체결을 할수 없게 막아뒀는데, 이 때 일부 대출 상담 등을 안받는 사례가 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정책대출 관련 여러가지 사항이 은행원 개인에겐 상당한 부담이라는 토로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기금으로 대출을 내어주고, 은행은 이른바 ‘창구’ 역할만을 한다.

기금이 넉넉치 않다보니 은행이 먼저 대출금을 내어준 후 정부로부터 소정의 이자와 함께 돈을 돌려받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은행들은 전했다.


정책대출 관련 여러 조건이 자주 변경되고,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아 복잡해진 것도 이유다.

은행원이 실수해 대출을 내줬다가 문제가 생기면 이는 고스란히 은행이 감당해야 한다.

최근 수익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은행 입장에선 부담이다.


다만 HUG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기금대출을 집행하기로 한 은행이 심사 등 과정이 까다롭다고 이를 회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은행들은 기금대출 취급을 통해 청약저축 등을 유치할 수 있어서 받아가는 혜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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