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 혐의로 국세청과 분쟁
2017년 3000억대였던 소송가액
장기전으로 번지며 규모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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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의 오라클 본사. [AP = 연합뉴스] |
한국오라클이 역대 최대 규모의 조세 불복소송에 나섰다.
17일 세무회계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시작된 한국오라클의 법인세 불복소송은 현재 소송가액이 1조44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가액이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며 1조원을 돌파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국내 조세소송 가운데 역대 최대규모다.
한국오라클이 최근 매출액에 대한 과세에 대해서도 불복소송을 이어가면 전체 소송가액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처음 소송이 제기될 때만해도 2008~2014년 과세분만 다뤄 소송가액이 3147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같은 내용으로 2015~2022년 과세분에 대해 4개 소송이 추가되며 소송가액 6897억원이 더해졌다.
소송이 10년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오라클 사건은 기존 최대규모로 알려진 코레일의 9000억원대 법인세 불복소송이 세운 기록을 뛰어넘게 됐다.
오라클과 같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소득이전 사건은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는 탓에 미국과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의 관계기관과 협조하는 과정에서 소송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은 한국오라클이 아일랜드 소재 모회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소프트웨어 사용료에 한국 정부가 과세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지난해 애플이 유럽연합(EU)로부터 130억유로(약 20조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아 유명세를 떨친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 기법이 동원됐다.
국세청은 아일랜드 모회사가 낮은 법인세를 노리고 조세회피를 위해 설립된 ‘도관(導管)회사’라 판단하고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도 소프트웨어를 단순판매한 ‘사용료’로 간주해 법인세를 부과했다.
도관회사란 조세회피 목적을 위해 세워진 회사를 뜻한다.
반면 한국오라클은 아일랜드 모회사가 소득의 실질적 귀속자고,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소프트웨어와 함께 종합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해 벌어들인 ‘사업소득’이라며 과세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오라클은 그간 전세계에서 소프트웨어 로열티를 사용료로 처리해왔으나 이번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해당 항목이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주장중이다.
때문에 한국에서의 소송결과가 향후 전세계에서의 세무처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아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2023년 이후 이익에도 같은 명목으로 세금이 부과되고 불복소송이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소송가액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오라클은 지난 2023~2024년에도 연도별 매출액이 1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여전히 이 가운데 80% 가량이 소프트웨어 사용료 등 매출원가로 분류돼 아일랜드 모회사에 지급되는 중이다.
현재까지 마지막으로 제기된 2020~2022년도 과세분에 대한 소송가액은 2203억원인데, 당시 연도별 매출액은 2023~2024년에 비해 작다.
이를 감안하면 2023~2024년 과세분만 따져도 최소 1000억원을 훌쩍 넘기는 소송가액이 추가될 예정이다.
현재 이 사건 관련 5개의 소송 가운데 앞서 제기된 3개 사건(2008~2018년 과세분)은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며 뒤에 제기된 2개 사건(2018~2022년 과세분)은 서울행정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소송 결과에 따라 1조원이 넘는 국세수입이 좌우되는 탓에 재정당국 역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24년까지 6년째 재정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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