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관세·실적 하향…美투자 신중함 필요 [미국주식 원포인트 레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효 이후 이틀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은 과거 역사적인 금융 이벤트에 버금가는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변동성지수(VIX)는 2거래일 동안에만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2020년 3월 팬데믹 쇼크 당시 고점을 넘어섰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급격한 조정 여파로 인해 기술적 지표상 과매도 구간에 있습니다.

오랜만에 패닉 셀링 신호가 확인된 만큼 혹자는 저점 매수 타이밍을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신중함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은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는 여타 국가들의 적극적인 보복 대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 정부가 34%의 상호관세와 함께 주요 기업의 독과점 이슈를 조사하고 나선 가운데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유럽과 북미 지역(캐나다, 멕시코)도 대응 방안을 현재 검토 중입니다.

이 같은 보복이 단행되면 미국은 추가 관세 부과를 재차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미국 정부가 단기간 내 정책을 되돌릴 가능성은 낮습니다.

상호관세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행정부 내부는 물론이고 공화당 안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이가 아직 다수입니다.

현재 상원과 하원은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도 강경책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셋째, 관세 적용 이후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하향될 여지가 있습니다.

4월 중순부터 미 증시는 실적 시즌에 돌입합니다.

수출입 비중이 높은 기업은 관세 충격을 실적 가이던스에 반영해야 하고, 무역 민감도가 낮은 기업도 정책 불확실성을 근거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낮추려 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 국면의 초기 구간인 만큼 기업들이 전망을 내놓는 과정에서 과잉 반응이 나올 법도 합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예상보다 높은 관세가 실제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섣부른 정책 조정에 나서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금융시장의 큰 변동성에도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당장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섣부른 저점 매수를 검토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급락에도 S&P500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난 10년 평균인 18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지금이 딥 밸류(초저가치) 구간이라고 판단하기 힘듭니다.

미국과 주요국 간 협상 결과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는 것을 먼저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미국 국민의 재산 형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주식시장이 지속 하락하는 것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불확실성 국면이 수개월 동안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정훈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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