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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한국 경제에 기업 부실화 경고등이 떴다.
구조조정 직전까지 내몰린 한계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많아진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실징후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B등급)으로 분류된 회사는 총 2339곳이었다.
전년도 1887개에 비해 24% 급증하며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B등급이면 무난한 수준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은행이 등급을 부여하기 위해 진행하는 ‘기업신용위험평가’는 재무 상태가 위태로운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회사나 최근 자본잠식이 이뤄진 사업체 등이 대상이다.
즉, 신용위험평가의 A는 흔히 떠올리는 A학점과는 꽤 먼 거리가 있는 셈이다.
A등급은 한계기업이긴 하지만 모기업 지원으로 버틸 수 있거나, 시장 구조의 변화 속에서 추후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준 것이다.
상황이 안 좋다는 건 매한가지다.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되는 C와 D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빚을 못 갚는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부실징후기업은 법에 따라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 등에 돌입해야 한다.
만약 기업이 이를 거부하면 여신을 회수당하거나 신규 대출을 금지당하고, 이를 받아들이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수해야 한다.
기업으로선 어느 쪽도 고통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해당 기업의 임직원뿐 아니라 관계사 가족까지도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으로 하여금 B등급 기업을 구별하게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회사들이 부실징후기업으로 떨어지면 많은 이에게 상처가 남으니 추락을 막는 데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금융사는 금리를 조정할 수 있고 기업은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으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준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B등급 기업이 이토록 많아졌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겠지만 좌절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경고등’이 떴다는 것은 아직은 붕괴를 막을 시간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박창영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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