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살까봐 무섭습니다”...노인 넘쳐나는 시대, ‘톤틴 보험’ 해법될까

연금 개시 전에 사망시
해약환금급 확 줄여서
장수한 고객에 몰아줘
보험 사회 안전망 성격
강화 위해 내년초 출시

지난 16일 금융위원회가 보험 미래 과제 대응책으로 ‘톤틴 보험 출시’를 제시하면서 어떤 상품인지 관심이 모인다.

금융위는 톤틴 보험이 새로운 연금 보험으로 주목받으면 사회 안전망이 보다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래 살수록 더 많은 보험금을 수령하는 톤틴 보험의 구조를 주제로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톤틴 보험은 17세기 이탈리아 출신 은행가 로렌조 톤티가 고안한 금융 방식에서 유래했다.

그는 프랑스 재무장관에게 국가 재정 조달을 위해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참가자들이 일정 금액을 공동 기금으로 납부하고, 가입자가 사망할 때마다 남은 가입자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톤티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프랑스 정부에 국채를 발행할 것을 제안했으나 초기엔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초기엔 국가 자금 조달에 주로 활용되던 톤티의 아이디어가 금융 상품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건 19세기부터다.

미국에선 일부 보험사가 톤틴 구조를 적용한 생명보험을 판매하면서 1860~1900년 사이 큰 인기를 누렸다.

1868년 뉴욕에서 톤틴 생명보험이 도입됐고, 톤틴은 20년 만에 미국 전체 생명보험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1906년 미국 뉴욕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며 톤틴 보험을 법으로 금지하기에 이른다.

가입자의 조기 사망이 나머지 가입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살인과 사기 등 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가입자들이 고의로 가족을 희생시키는 사건도 생겼다.

대부분 국가에서 윤리적 문제가 지적되면서 톤틴 보험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최근 톤틴 보험이 다시 주목받는 건 고령화 때문이다.

벌이는 없는데 오래 사는 ‘장수 리스크’가 부각하면서 사적 연금을 강화할 필요가 생겼다.

일본에서는 2016년 봄 니혼생명이 톤틴 보험을 내놓은 이래 큰 인기를 끌었다.


금융위에서 출시하려는 ‘한국형 톤틴’은 연금 개시 전에 고객이 사망하면 지급액을 적게 지급하지만,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

이후 더 오래 사는 고객이 더 많은 보험금을 수령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한국형 톤틴·저해지 연금은 일반 연금 상품과 비교해 연금액을 38% 불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위는 내년 초 출시 전까지 보험사가 고객에게 이 상품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연금 개시 전 사망하면 외려 손해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객이 모른 채 가입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톤틴 보험 도입 외에도 연금보험 시장 활성화를 독려할 계획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적연금 적립액 비율은 28.5%로 미국 대비 5분의 1, 영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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