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매일경제TV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10호에서는 인터뷰 프로그램 <이야기를 담다>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직접 나서 촬영 후일담을 공개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강형원 사진기자는 "인터뷰를 준비하며, 세대 간 소통, 전통과 변화, 그리고 공동체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는 계기였다"며 "음악으로만 전하기 어려운 제 생각을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기에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 김원경 PD('김 피디의 비하인드 컷')와 아나운서 이담('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김수진 작가('김 작가의 크레딧 쿠키') 등 제작진과 출연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촬영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 ‘CEO인사이트’를 통해 격주 단위로 공개됩니다.<이야기를 담다>는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30분에 매일경제TV와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 강형원 사진기자 편 전문.
◇ 김 작가의 크레딧 쿠키
# 편견을 깨는 힘
사진의 기능은 다양하다.
순간을 추억으로 남기고, 망각을 기억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제 먹은 저녁 메뉴조차 기억나지 않는 일상 속에서 10년 첫 사랑과의 첫 데이트를 떠올리게 하고 20년 전 첫 아이의 첫 울음을 기억하게 한다.
사진은 그런 힘을 가졌다.
강형원 기자, 그를 만나면서 깨닫지 못했던 또 다른 사진의 힘을 알게 되었다.
바로 편견을 깨는 힘이다.
"잠재돼 있는 인종차별인데, 미국 할리우드 영화나 미디어에서
동양인의 남성적인 모습은 표현한 적이 없었어요.'
동양 남성들은 나약하다'는 미국 사회의 편견이 존재했죠."
이런 편견을 깬 건 이 사진 한 장이었다.
1992년 LA 폭동 당시 총을 들고 나의 가족을 지켜내는 강인한 한인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냈다.
"미국 사회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어요.
동양 남성들의 우월하고 멋진 모습, 섹시한 모습을 담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주연도 맡게 됐고요."
'찰칵!' 단 1초의 순간이 수십 년의 편견을 깨는 순간, 그렇게 강 기자는 찰나의 기적을 만들어왔다.
# 전지적 작가 시점
전지전능한 신처럼 인물의 내면을 관통하며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듯이 서술하는 글쓰기 방식, 그것을 전지적 작가시점이라고 한다.
전지적 작가시점을 통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강형원 기자, 그는 전지전능한 신처럼 인물의 내면을 관통하며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듯이 사진을 찍는다.
어떻게 가능할까?
"끊임없이 관찰합니다."
한 순간을 위해 수일을 기다리며 관찰하는 그에게 최고 권력 대통령마저 응큼한 스캔들을 숨기지 못했다.
"백악관 집무실 옆에 있는 도서관과 서재에서 인턴하고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보도했어요. 클린턴 대통령이 그 일로 한 10여 년 동안 조사를 받았죠."
그의 뛰어난 관찰력에 포착된 지도자는 총 7명, 클린턴부터 트럼프까지 그들의 면면을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성공한 지도자의 미래도 점칠 수 있다고 귀띔한다.
"공개 석상에서 항상 온화한 모습을 유지합니다. 누구를 만나도 편안하게 부드럽게 악수하고 진지하게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죠. 앞에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끔 해주는 자세가 정치인으로서 성공하는 비결입니다."
그의 렌즈를 통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미래도 볼 수 있을까?
◇ 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미국에 가서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이름을 물어본다.
일회용 컵에 이름을 써놓고 음료가 다 되면 이름을 불러주려는 건데, 내 이름을 이야기할 때마다 약간 곤혹스럽다.
"담"하면, "Tom?"하고 묻는다.
한 번은 "담"이라고 하자 "Damn?"하는 종업원도 있었다.
욕에 가까운 말이라 서로 웃고 말았는데, 결국은 그냥 "D"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래서 미국에 가면 한국 사람들은 영어 이름을 하나 짓곤한다.
내 이름보다 더 어려운 이름도 많다.
# Hyungwon Kang
강형원. 바로 이런 이름이 어려운 이름이다.
미국인들에겐 얼마나 생소한 발음일까.
그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하지만 이름은 강형원. 한글 이름 그대로 쓴다.
분명 미국인들에겐 어려운 이름이다.
자기소개를 하면 분명 "횽운?", "헝원?" 이랬을 거다.
한 번에 알아들은 미국인은 거의 없을 터.
'강형원' 그대로 쓰는 일은 참 번거로웠을텐데….
그럼에도 그는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쓰고 싶다고 했다.
미국 사회에 한국 이름을 익숙하게 만들고 싶다는 이유였다.
한국 이름 그대로 쓰시는 게 대단하시다고 말씀드리며 내 작은 고충을 이야기했었는데…그 고민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으셨다.
인터뷰 후에 "그럼 Dom Lee라고 하면 이름 mispronouncing 문제 해결될거라 생각돼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 한국을 담다
어릴 적 뉴스를 하는 앵커를 꿈꾸며, 영화 속 종군기자들을 보며,분쟁지역에 취재하러 가는 걸 상상해본 적이 있다.
어떤 사건, 폭동 현장에 내가 과연 뛰어들 수 있을까?
몇 년 전, 퓰리처상 사진전을 가봤다.
기록으로 남은 역사의 비극적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강형원 기자는 92년 엘에이 폭동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했다.
경찰들이 철수한 상황, 그는 그 폭동현장으로 들어갔다.
방탄조끼까지 입고 취재했다고 했다.
그는 바로 이 엘에이 폭동으로 93년, 클린턴-르
윈스키 스캔들로 99년, 두 번이나 퓰리처상을 받은 세계적인 사진기자다.
그리고 그는 한국의 민주항쟁을 취재하기도 했다.
8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내가 한국에 가서 취재하겠다"하고 한국으로 왔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청년들 사이에서 한국 현대사의 역사를 사진에 담았다.
돌멩이에 맞아가며 취재했고, 숙소 안에서도 모자를 쓰고 있었을 정도로 위태롭고 위험했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택한 한국행의 의미는 한국 이름을 이용하는 그 마음과 맞닿아있지 않았을까.
# 누구보다 한국인
지금은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을 취재하고 있다.
훈민정음부터 전통 공연예술, 문화유산까지…. 대한민국 그 자체를 사진에 담고 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가슴 속은 누구보다도 한국인인 강형원 기자.
그의 눈을 통해, 그의 정신으로 담은 대한민국은 더 특별해보였다.
◇ 김피디의 비하인드 컷
6월 민주항쟁 이한열 열사 피격, LA 한인타운 폭동, 클린턴 스캔들, 911 펜타곤 공격….
역사적인 순간에 항상 그가 있었다.
지난해 8월 미국 대선주자 전당대회가 한창일 때, 그 생생한 현장을 담아 그가 녹화장을 찾았다.
트럼프와 해리스를 카메라 렌즈로 바라본 그의 시선은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찰나를 잡아 순간순간에 의미를 넣어줬다.
감정을 극대화해주는 마술사처럼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두 번의 퓰리처상을 받은 강형원 사진기자, 예리하고 날카롭기만 할 것 같았던 그는 스텝들과 함께 먹으라고 빵을 건넨다.
그 옛날 삼촌이 빵을 사서 집을 찾아온 것처럼….
#역사의산증인 #날카로운시선 #예리함 #감정마술사 #타임스 #로이터 #AP #사진기자 #다정다감했던 강형원 사진기자의 방송에선 볼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보자.
# 시각적 이야기꾼
강형원 : 물리학을 공부했었는데 렌즈의 광학에 매료되어 과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후, UCLA에서 정치학 강의를 들으면서 생각이 확 넓어졌습니다. 이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분석적인 사고로 세상을 보는 거구나.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제가 저널리즘에서 일하는 게 중요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사진은 시간을 영원히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가끔은 영화보다 사진을 통한 이야기가 더 강렬하고 감명 깊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사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는 것이다.
분석적인 사고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진 그는 사진에 스토리를 전한다.
시각적 이야기꾼, 비주얼 스토리텔러, 사진의 마술사가 되는 것이다.
강형원 : LA 폭동 때, 총을 가지고 있는 한인 청년들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총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차에서 내려서 바로 엎드렸죠. 청년들이 그 초조한 상황에서 어떻게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가? 그것을 후세대를 위해서 제대로 기록해 놔야겠다. 그 생각만 가지고 촬영했어요.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현재 상황을 찍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래를 찍고 있어요. 시각적인 문해력으로 스토리 전달이 미래에 바로 와 닿는 구도로 촬영을 계속했습니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며 셔터 누를 때 '사진의 힘'이 커진다"고 말한다.
현재 사진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주는 힘, 왜곡되지 않은 시각적 문해력으로 현장에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의 진실을 파헤치고 미래를 올바르게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형원 기자가 바라보는 한국 언론은 어떤 모습일까?
강형원 : 기자들이 자기가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것은 보도하면 안 됩니다. 확인하지 않은 것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남이 차려준 밥상 먹으면서 전부라고 얘기할 수가 없는 겁니다. 항상 그 오리지널 소스를, 직접 취재하는 책임 있는 언론으로 이 발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언론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답변이다.
목숨을 걸고 영원히 잊지 못할 역사의 한 장면을 남기는 강형원 기자, 가짜 뉴스와 기레기란 표현이 난무하는 언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포착된 순간들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영원히 새겨질 역사이자,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로 남을 것이다.
◇ 이야기를 담다, 그 후
# 사진 속에 담긴 역사,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
<이야기를 담다>인터뷰에 참여하면서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뉴스가 일회성 정보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지만, 보도 사진을 면밀히 살펴보면 역사적인 순간들이 담겨 있다는 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문명 사회에서 객관적인 언론 보도를 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뉴스의 행간을 읽고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는 소중한 인터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담다>를 통해 일반 시청자들도
이러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예상치 않았던 1992년 4.29 LA 폭동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한국인 젊은이들의 강인한 모습이 사진으로 기록됐고, 30년이 지난 지금 그 사진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동양 남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변화해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장을 누비는 사진기자들이 취재하며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담 아나운서께서 진정성 있게 질문해 주셨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사실' 뿐 만 아니라 전체 맥락을 형성하는 '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훌륭한 진행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인의 독특한 정체성은 우리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근본적인 바탕입니다.
우리들의 가치관과 인격을 구축하는 데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역사와 문화 교육을 통해 꾸준히 가꿔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곧 우리 영혼의 밑바탕이며, 그 뿌리는 깊고 풍부한 역사 지식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동아시아 문명의 독보적인 후손임을 제대로 인식할 때, 높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더욱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으며,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성취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국어와 한글, 한복과 전통 음식, 그리고 우리의 생김새까지, 한국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소중히 여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담다>를 준비하고 촬영하면서,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가?'라는 어렵고 복잡한 현대사의 질문을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스토리텔링할 수 있었습니다.
숨가쁘게 매일매일 쏟아지는 뉴스, 그 뒤에는 역사에 남을 가치 있는 사진을 기록하기 위해 신념을 갖고 헌신하는 기자들이 있으며, 그들의 노력과 희생을 독자들에게 알릴 수 있었던 뜻깊은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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