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에 질린 독일 국민들
3년 만에 좌에서 우로 이동
트럼프 “독일·미국에 굉장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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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 대표가 23일(현지시간) 총선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베를린에 있는 당 본부에서 선거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독일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난민들의 연이은 흉악 범죄에 지친 독일 국민들은 강경 난민 정책을 내세운 우파 정당에 힘을 실었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중도 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
CSU) 연합이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날 오후 6시 공개된 공영 ARD방송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 CDU·
CSU 연합의 예상 득표율은 29.0%다.
그 뒤를 이어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과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이 각각 19.5%, 16.0%로 나왔다.
녹색당은 13.5%, 좌파당 8.5%로 예측됐다.
친기업 자유민주당(FDP)은 4.9%, 포퓰리즘 성향 자라바겐크네히트연합(BSW)은 4.7%로 원내 진출이 불투명하다.
선거법상 정당투표 득표율이 5%를 넘거나 지역구 299곳에서 3명 이상 당선자를 내야 의석을 받는다.
정확한 의석 배분은 FDP와 BSW의 원내 진출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들 정당이 기준을 넘겨 의석을 가져갈 때 다른 정당들 몫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1당을 차지하며 연립정부 구성 주도권을 가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제 내 앞에 놓인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또 “세상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연정 협상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CDU·
CSU 연합 주도로 연정이 구성되면 CDU 소속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2021년 12월 퇴진한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보수 정권이 들어선다.
숄츠 총리는 “선거 결과가 나빴고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극우 성향 AfD는 지난 2021년 총선 때 10.4%의 배에 가까운 득표율로 원내 제2당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출구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역사적 승리”라며 “우리는 CDU와 연정 협상에 열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정치적 변화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 정당들은 AfD의 성향을 문제 삼아 연정 구성을 비롯한 모든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최근 몇 달 동안 발생한 범죄로 인해 망명 정책이 부각됐다”며 “이민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봉쇄로 이민자 유입이 줄면서 뒷전으로 밀렸지만, 팬데믹 이전에도 역시 핵심 쟁점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온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독일과 미국에 굉장한 날(great day)”이라고 적었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미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국민들은 수년간 지배해 온 에너지와 이민 등에서 비상식적인 의제에 지쳤다”라며 독일 보수 정당에 “향후 더 많은 승리를 거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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