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중국 딥시크의 'R1'이 공개되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답을 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지만, 수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투입하는 빅테크 기업과 비교하면 획기적이다.
저사양 GPU 2000개를 활용해 오픈AI의 'o1'과 성능은 유사하면서도 수십 배 낮은 가격의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천문학적 비용이 필수라는 믿음이 무너지고, 인공지능(AI) 경쟁의 승자가 이미 결정됐다는 인식을 깨뜨리고 있다.
딥시크의 성공은 150여 명의 정예 인력이 만들어낸 알고리즘 혁신의 성과다.
기존 AI 모델과 달리 딥시크는 사람이 아닌 AI가 스스로 강화학습을 하는 기법을 적용해 데이터 가공 비용과 인건비를 줄였다.
또한 모든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 연산하는 전문가 혼합모델(MoE)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그 결과 딥시크는 초거대 AI 모델 'V3', 추론에 특화된 'R1', 그리고 멀티모달 모델 '야누스 프로'를 연이어 공개하며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AI 경쟁 구도의 변화도 예상된다.
특정 기업이 기술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기업·개발자가 참여하는 개방형 구도로 변모하며 AI 혁신과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의 대응 또한 치밀하고 과감해야 한다.
우선 AI 모델뿐만 아니라 AI 반도체, 서비스를 아우르는 종합적 기술 개발 강화가 필요하다.
AI 모델의 고성능·경량화,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로의 확장,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AI 반도체 고도화, 컴퓨팅파워 확충 등을 연계해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특히 연구개발(R&D)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AI R&D 전담체계' 구축과 R&D 결과의 산업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둘째, AI 핵심 인재를 '국가전략자산'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체계적인 고도화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인재풀이 적은 우리는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확대를 통한 저변 확충과 함께 AI 특화 대학원과 R&D 프로젝트를 연계해 전문성과 융합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야 한다.
대학ICT연구센터(ITRC), SW스타랩과 같은 연구기초유닛도 2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
셋째, AI의 융합 활용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 'CES 2025'에서 우리는 전체의 46%인 216개 혁신상을 수상하며 혁신의 양과 질 모두에서 인정받았다.
새로운 AI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스케일업 지원과 산업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넷째, 지난해 제정된 AI기본법과 맞물려 후속 데이터 활용과 윤리 규제 정비 등을 통해 AI 기술 개발이 더욱 활발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딥시크가 반짝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의 오랜 준비와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본격화하며, 기술 경쟁을 넘어 생태계 중심의 총력전 체계로 전개되고 있다.
장기적 비전과 로드맵,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AI 혁신에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AI G3 도약의 기회는 분명 우리에게도 열려 있다.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