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최애공간 목욕탕에 '안전지대' 마련 … 리브랜딩 핵심은 공간의 본질

팝업, 플래그십 스토어 등 체험형 콘텐츠가 소비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CX)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는 이제 광고업계의 필수 전략이 됐다.

올드 미디어에서 뉴 미디어 시대로 넘어오면서 브랜드와 소비자가 쌍방향 소통을 하게 됐다면 CX는 소비자와 추억까지 쌓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노션은 취약 계층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간을 발굴하고 회생시키는 소셜 공간 리브랜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일죽목욕탕'을 선보였다.


리브랜딩 전의 일죽목욕탕은 1997년에 건립돼 27년째 리모델링 없이 운영된 낡고 오래된 대중목욕탕이었다.

일죽목욕탕을 리브랜딩하는 과정에서 이노션이 가장 고심했던 건 목욕탕이라는 공간의 본질인 '안전'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주 이용 고객의 80%가 65세 이상의 고령층인 점을 고려해 철저하게 시니어 중심의 공간이 되게 하는 것이었다.

목욕탕은 우리가 맨몸으로 이용하는 유일한 공간이자 뜨겁고 차가운 공간, 젖은 공간과 마른 공간이 공존하는 특수성이 있는 장소다.

그렇기에 사고 위험에도 더 쉽게 노출된다.

특히 건물 안팎의 기온차가 큰 겨울철엔 목욕 중 '히트 쇼크'로 인한 사고가 급증한다.

히트 쇼크는 급격한 체온의 변화로 인해 혈압이 크게 변동해 쓰러지는 현상이다.

한국만큼 목욕 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 히트 쇼크로 인한 고령인의 사망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을 만큼 흔한 사고다.


낙후된 시설과 더불어 고령층 이용객이 주인 일죽목욕탕 역시 히트 쇼크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었다.

이에 이노션은 의료진, 건축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기존의 일죽목욕탕을 헬스케어의 관점으로 재설계해 히트 쇼크를 막는 세계 최초 시니어 프렌들리 목욕탕으로 탈바꿈시켰다.

일죽목욕탕은 탕 출입 전 키오스크를 통해 이용객의 건강 정보(혈압, 심박수 등)에 기반한 최적의 목욕법을 추천해 히트 쇼크를 1차적으로 예방한다.


히트 쇼크 예방의 핵심은 급격한 체온 변화를 막는 것. 그래서 일죽목욕탕에는 다른 목욕탕에는 없는 웜업 존(Warm-up zone)이 존재한다.

탈의실과 탕 사이에 있는 복도에 열선을 깔아 온도의 중간지대를 만든 것이다.

웜업 존에서 이용객들은 체온을 서서히 높이며 안전한 목욕을 즐길 수 있다.


탕 내에서 10분마다 울리는 알림 벨 또한 다른 목욕탕에서 찾을 수 없는 일죽목욕탕만의 특별한 안전장치다.

온도 변화에 둔감한 고령인들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최적의 입욕 시간인 10분을 벨 소리로 알려주어 고온의 탕에서 장시간 머물지 않도록 한 것이다.


약 1년간의 리브랜딩 과정을 거쳐 안전 목욕탕으로 재탄생한 일죽목욕탕은 지금까지 단 1건의 사고 없이 주민의 안전한 목욕을 책임지고 있다.

목욕탕의 본질을 파악하고 안전에 집중해 공간을 재설계하자 기존의 대중목욕탕이 안고 있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이다.

결국 '좋은 고객 경험'이란 "문제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해결했는가?"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는 바이다.



[양도유 이노션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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