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어선사고 원인 분석과 방지대책 발표
어선사고, 최근 5년간 1만여건에 달해
이상 기후·외국 선원 증가·고령화 등으로 사고늘어
불법 출항어선 관리 강화·출항전 안전점검 매뉴얼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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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9시 24분께 제주시 구좌읍 토끼섬 인근 해상에서 애월선적 채낚기 어선 A호(32t·승선원 7명)와 B(29t·승선원 8명)가 갯바위에 좌초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좌초 어선이 파손돼있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 5년간 1만여건에 가까운 어선 사고의 원인으로 어민들의 무자격 운항과 안전 점검 미흡 등 허술한 안전관리, 실
효성 떨어지는 기상정보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5t 미만 소형 어선에 대한 운항 자격제도를 도입하고 모든 승선원에 대한 구명조끼 착용을 중장기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5일 정부는 작년 7월 민·관 합동으로 꾸린 ‘해양 선박(어선) 사고 재난 원인 조사반’의 어선 사고 원인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이런 내용의 방지대책을 내놨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양사고 1만4802건 중 64.9%에 달하는 9602건이 어선사고 였으며, 대부분의 인명피해가 어선사고에서 발생했다.
전체 해양사고 사망자 391명 중 어선사고로 30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어선사고 부상자는 1593명, 실종자는 123명에 달했다.
재난원인조사반장을 맡은 국승기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이상 기후 심화, 외국인 선원 증가, 고령화 등으로 사고 시 인명피해 확대가 예상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5년간 전체 어선 사고의 약 45%를 차지하는 5t 미만 소형어선의 안전문제가 지적됐다.
현재 5t 미만 소형 어선의 경우 운항을 위한 별도의 자격요건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선박이 운항되기 시작했고 특히 소형 선박의 경우 항행 구역이 멀지 않는 등의 이유로 법에서 (자격요건 확보가) 유예됐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체 어선 중 5t 미만 어선이 약 80%를 차지하는 데다 최근 5년간 사고 어선도 5t 미만이 4532척(42%)으로 가장 많은 것을 고려하면 정부가 소형 어선의 안전관리에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어민들의 안일한 안전의식과 미흡한 안전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작년 5월 한 유람선은 출항 전 연료 점검을 하지 않았다가 울릉도 해상에서 기관 정지로 표류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사반은 어업인들이 출항 전 선체, 기관, 장비 등 자체 안전점검 실시를 위한 매뉴얼이 미비하고 안전 점검이 미흡하다고 파악했다.
또한 착용 불편과 가격 부담 등을 이유로 구명조끼를 조업 활동 중에 착용하는 것을 대다수가 기피하고 있었고 구조물과 선미 부력부 임의 설치 등 불법 증·개축도 횡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업구역 노출을 꺼리거나 불법 조업 등의 이유로 어선 위치를 고의로 알리지 않거나 위치 발신장치를 일부러 차단해 사고 발생시 구조가 지연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어선안전조업법 상 어선 위치 발신 장치의 일종인 ‘선박패스(V-pass)’와 ‘바다내비(e-Nav)’ 장착 어선은 별도 절차 없이 입·출항이 가능하지만, 당국의 안전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거론됐다.
현장에서는 기상정보가 약 50㎞ 단위인 대해구를 기준으로 제공이 되어 실제 조업구역의 해상 기상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정부는 어업인과 민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사고 예방·대응력 강화, 인명피해 최소화 등을 목표로 하는 17개 과제를 확정했다.
먼저 소형 어선 운항 자격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5t 미만 어선도 사고 발생에 따른 제재 처분, 재교육 등 체계적인 어선원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톤수별 선박 운항 자격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모든 어선 승선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구명조끼 의무 착용 대상도 확대한다.
현재는 기상특보 시 갑판 작업자만 구명조끼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나 올해 10월부터는 2명 이하 승선 시 전부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승선원에 대한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착용이 편리하고 가격 부담이 적은 구명조끼도 개발해 보급한다.
어선에 대한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출항 전 어업인 스스로 안전 점검을 실시할 수 있도록 어선 종별 점검 기준을 마련하고, 모바일을 활용해 점검 내용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불법 출항어선을 근절하기 위해 입·출항 미신고, 승선 인원 허위 신고와 같은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어업정지 기간을 최대 15일 이내에서 30일 이내로 늘린다.
어업인들의 기상정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대해구(가로 50㎞×세로 50㎞)’ 단위의 해양 기상정보를 소해구(17㎞×17㎞)로 세분화하고 풍랑특보 발표 전 특보 시나리오 및 시간대별 위험 기상 등을 관계기관에 제공한다.
신속한 수색과 구조를 위해 기관 간 사고 상황 전파 수단을 기존 팩스에서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추가하고 전파 송·수신소를 재배치하거나 추가 증설해 사각지대 최소화에 나선다.
사고 해역 인근에서 조업하다가 구조에 참여하는 이들의 어업 손실보상도 현실화한다.
현행 ‘7만8800원+유류비’였던 구조 참여자에 대한 보상 기준을 30만원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어업인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정부 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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