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 - 심장을 난타한 백발 아우라 … 송승환 감독/배우편


▣ 편집자주 = 매일경제TV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6호에서는 인터뷰 프로그램 <이야기를 담다>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직접 나서 촬영 후일담을 공개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송승환 감독은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연기한 경험은 나에게도 새로웠다"며 "<이야기를 담다>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프로그램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 김원경 PD('김 피디의 비하인드 컷')와 아나운서 이담('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김수진 작가('김 작가의 크레딧 쿠키') 등 제작진과 출연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촬영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 'CEO인사이트'를 통해 격주 단위로 공개됩니다. <이야기를 담다>는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30분에 매일경제TV와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 송승환 감독/배우 편 전문.

◇ 김작가의 크레딧 쿠키

# 동안의 비결

동안의 3대 조건이 있다.

얼굴 비율, 골격, 그리고 피부 상태다.

코와 인중의 길이가 짧을수록, 동글동글 각이 없을수록, 그리고 피부는 광이 나고 반질반질할수록 어려 보인다.

그런 3대 조건을 두루 갖춘 절대 동안 배우이자 공연 기획자인 송승환 대표를 만났다.



환갑을 훌쩍 넘기고도 반으로 툭 나눈 30대라고 해도 믿을 만한 샘솟는 젊음의 비결은 뭘까?

"'일부러 긍정해야겠다. 희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이게 안 되면 뭐 다른 방법이 없을까'하고 하나하나 방법을 찾다 보니까 그게 바로 긍정이 되고 희망이 됐어요."

하나하나 찾았다는 그의 동안 비법은 인터뷰 속속 녹아 흘렀다.

올해로 27년 째. 팬데믹 당시 2년을 제외하고 이어온 난타 공연, 시력을 잃을 정도로 몰두했던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은 기획자 송승환의 열정이 만든 거대한 작품이었고,

보이지 않아도 보고 있는 듯 생동감 있는 해설위원으로서 2011년 '갈매기' 이후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배우로서 송승환 연식은 숫자에 불과함을 보여주었다.

"배우가 좋은 점이 뭐냐면 늙으면 또 늙은이 역할이 있잖아"

그의 동안 비결은 피부과의 레이저가 아니라
그의 눈빛에서 퍼지는 긍정과 열정의 레이저 때문이리라….

# 마법 지팡이

허리가 좋지 않으셨던 우리 할아버지는 늘 지팡이와 대동하셨다.

그 지팡이의 용도는 의외로 다양했다.

몸을 지탱할 때도, 걸리적거리는 물건을 멀리 치울 때도, 말 안 듣는 개를 물리칠 때도, 그리고, 때 쓰는 손주 녀석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제압할 때도 쓰셨다.

엑스펠리아르무스(Expelliarmus)!

부산스러운 주문을 굳이 외우지 않아도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는 해리포터의 마법 지팡이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했다.

그런 할아버지 지팡이의 아성을 무너뜨릴 신박한 지팡이가 눈에 들어왔다.

웨어러블과 손전등이 달린 송승환의 지팡이.

심지어 그 지팡이의 특허는 송승환 본인 것이다.

"지팡이는 내가 개발했는데 라이트를 사서 붙여 밝은 빛으로 볼 수 있게 했어요. 손숙 선생님에게도 선물을 줬고 이순재 선생님도 눈이 불편하다고 하셔서 만들어서 선물드렸죠."

시각장애 4급, 안 보인다고 주저앉지 않고
더 멀리, 더 많이 앞서가는 사람. 그가 바로 송승환 대표다.



"문자도 들을 수 있고 메일도 들을 수 있고 카톡도 들을 수 있고 들으니까 해결 다 됐어요.그런 식으로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니까 뭐 안 보여도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이 있더라고요."

그의 시력은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야는 더 또렷해질 것이다.

하고자 하고, 얻고자 하고, 이루고자 하는 그의 꿈은 명확하기에.

그의 지팡이는 요술 방망이가 되어 우리에게 또 다른 마법의 무대를 선물할 것이기 때문이다.

◇ 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송승환을 인터뷰 했다고 주변에 말하면 "아~난타?", "올림픽 감독 했더라?","눈이 안 좋아지셨다고 하지 않았어?"라고 했다.

송승환 감독은 2019년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 받고, 시력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주제로 올리는 것조차 죄송스러울 정도로 안타깝지만 의외로 송승환 감독은 담담했다.

얼마나 많은 질문을 받았을까.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는 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그 또한 송승환 감독 삶의 큰 부분이기에 여쭤봤다.

"불편하실텐데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가요?"

송승환 감독은 "처음에는 불편하고 불안했죠. 그래도 형체는 느낄 수 있어요. 아주 안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정도도 이제 감사하죠."

담담하고 담백했다.

이 이야기를 여쭤보는 걸 죄송하게 생각했던 그 마음조차 죄송해지는 순간이었다.

# 난타

대학 시절, 버스를 타고 오가는 길에 난타 극장이 있었다.

갈라질 듯 금이 가있지만 힘 있는 글씨, 'NANTA'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지나치며 무심코 보다가
'이게 무슨 공연이지?'하고 찾아봤다.

마구 두들기는 공연이었다.

한류 세계화의 시초인 난타를 제작한 송승환 감독은 난타 공연 기획할 때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그래서 non-verbal 공연으로 기획을 한 거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세계 최대 공연예술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미국 브로드웨이를 그야말로 난타하기도 했다.

생소하고 실험적인 비언어 공연에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었고,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그렇다. 그는 특별한 눈을 가진 사람이다.

그에겐 아무도 보지 못했던 걸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 네트워크

그에게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자,본인의 의지도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나오는 방송들만 봐도 그의 곁에는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를 늘 응원하고, 사랑하는 것도 느껴졌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가 참 좋은 사람이라는 것의 반증이었다.

어두움 속에서도 빛을 찾는 능력.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할 수 있는 사람.

그는 이제 좋은 할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목욕탕집 남자들의 그 젊은이가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할아버지가 되는 모습이 기대된다.


◇ 김피디의 비하인드컷

사람에게는 각자의 아우라가 존재한다.

특히, 자신의 분야에서 고수의 경지를 이룬 이들이 그 아우라를 발산할 때, 우리는 그들의 진면목을 목격하게 된다.

그날이 그랬다.

연극의 한 장면을 읊어주는데 그 아우라가 보였다.

순간의 몰입력으로 약 60여 년이란 연기 경력을 한눈에 보여줬다.



#아우라#고수#므찌다#옆집아저씨#60년배우#프로#포텐터진 송승환의 방송에선 볼 수 없었던 편집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보자.


# 하늘이 도와주신 준비된 프로

송승환은 1965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이후, 연극, 방송, 라디오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특히 공연 연출가와 제작자로서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총감독으로 활동을 마친 한 달 뒤 그의 시력은 급격히 나빠졌다.

어릴 적 들었던 전설에나 나오는 온 힘을 다해 열정을 쏟아붓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주인공처럼….

송승환 : 우선 3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준비했고 그동안 굉장히 힘들었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올림픽이라는 존재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평생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잘 해내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죠.

이담 : 뭐가 가장 이렇게 힘드셨나요?

송승환: 추운 겨울에 야외 행사이니 걱정해야 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연출안도 A안 B안 C안까지 준비해야 했고…. 그래도 하나님이 도와주신 게 제가 평창에서 리허설을 진행하는 동안 날씨 좋은 날이 딱 이틀 있었어요. 그게 개회식하고 폐회식 날이었거든요. 정말 평창동계올림픽은 하늘이 도와주신 올림픽이었어요.



이처럼 그는 A안 B안 C안까지 준비하고도 모든 공을 하늘에 돌리며, 평창동계올림픽을 '하늘이 도와주신 올림픽'으로 기억하고 있다.

무대 위의 그는 60년이라는 시간이 빚어낸 예술가이고, 평창의 기적은 그의 집념이 만든 걸작이다.

그 날 날씨는 그의 치열한 준비와 노력에 대한 자연의 선물이었을 게다.

시력을 잃을 뻔한 위기에도 송승환은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도쿄, 베이징, 파리 올림픽 중계를 하고, 한국의 다양한 창작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하고,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한번 관객과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무대 위에서, 그리고 삶이라는 무대에서도.


◇ 이야기를 담다, 그 후

# 따뜻한 차 한 잔과 따뜻한 인터뷰

인터뷰 당일, 따뜻한 차 한 잔을 받으며 시작된 시간은 마치 편안한 대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그날 제가 연극 '더 드레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보통 인터뷰는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만 진행되기 마련인데, 그날은 특별하게도 실제로 연극 '더 드레서'의 한 장면을 연기하는 경험을 하게 됐죠.

카메라 앞에서 짧은 장면을 연기하는 상황은
저에게도 매우 신선하고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인터뷰가 단순한 대화가 아닌 하나의 ‘장면’으로 그려진다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당시 연극 홍보로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었지만,<이야기를 담다>는 그중에서도 특히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프로그램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인터뷰라는 건 결국 출연자가 얼마나 편안하게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잖아요.

그런 면에서<이야기를 담다>는 출연자가 부담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꺼내놓을 수 있도록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잘 만들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이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오래도록 남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귀한 자리에 초대해 주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 주신 제작진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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