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한 원화값으로 올해 은행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위기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원화값이 현재 추세대로 하락하면 금융지주가 밸류업 구상을 발표할 때 공약했던 13% 수준을 밑돌 수 있고, 인수·합병(M&A)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원화값이 10원 떨어질 때 4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0.01~0.03%포인트 하락한다.

원화값이 떨어지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평가액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도 증가한다.

분모에 들어가는 위험가중자산이 커지므로 CET1 비율이 내려가는 것이다.


원화값이 지난해 4분기 이후 급락하면서 은행은 CET1 비율 관리에 촉각을 기울여왔다.

원화값이 지난해 3분기 말 1319.6원에서 현재 1470원이 됐음을 고려하면 같은 기간 금융지주의 CET1 비율도 0.15~0.45%포인트 내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1500원 선까지 무너진다면 다수 금융사의 재무 비율 관리에 비상등이 켜지게 된다.

금융권에선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을 제외한 3사가 CET1 비율 13% 선 사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CET1 비율 13%는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가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편입될 때 목표로 삼았던 수치다.

이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은 하반기에 자사주 매입·소각 자원으로 활용해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장 올해부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밸류업은 차치하고라도 금융당국 규제 수준을 못 맞출 가능성도 생긴다.

금융당국은 당초 지난해 도입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완충자본 규제를 최근 불안정한 상황을 고려해 올해 하반기로 연기한 상태다.

이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은 CET1 비율 11.5%를 맞춰야 한다.

해당 수준을 못 맞추면 배당·상여 지급 제한 등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M&A 등 투자 활동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있다.

일례로 우리금융지주동양·ABL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CET1 비율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우리금융지주 CET1 비율은 11.96%다.


우리금융은 환율민감자산 등 위험가중자산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서 원화값 급락에 따른 영향도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목표 자본 비율을 준수하기 위해 하루 단위로 위험가중자산 변동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주 2회 그룹 임원 주관 회의를 개최해 위험가중자산 관리 계획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KB·신한금융지주는 CET1 비율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보다 효과적인 위험가중자산 관리 방안 발굴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보통주자본(CET1)비율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중 하나로 금융사의 위기 시 손실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총자본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보통주 자본을 금융회사의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수치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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