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며 경매시장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부동산을 용도별로 분석해 봤다.
주거용 부동산 중에서 응찰자 수 1위를 기록한 물건은 지난 4월에 낙찰된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에 있는 소형(14평형) 아파트였다.
당시 92명이나 입찰에 참여했고 낙찰가격은 감정가(1억4100만원)의 106.4%인 1억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12월 기준으로 해당 단지에서 같은 면적, 같은 동 그리고 로열층에 위치한 아파트의 매도 호가는 1억4000만원이다.
즉 경매로 낙찰된 아파트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매물이 나온 셈이다.
지난 9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2단계 실행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실거래 가격이나 매도 호가가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매는 매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가격 하방 압력이 있더라도 자산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이 예상될 경우 본인이 생각했던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입찰표를 써내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는 매매시장에서보다 더 비싸게 매입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고금리 여파에도 불구하고 선호도 높은 지역과 신축 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또 이자 부담이 덜한 소형 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대출한도가 축소되면서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탓에 매수세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동산 정책과 가격 변동 가능성을 고려해 한동안 보수적으로 접근하길 바란다.
업무·상업시설에서는 경기 화성시 영천동에 소재한 상가(전용 39평)에 45명이 입찰해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동탄신도시 내에 위치한 상가로서 주변에는 학원가가 형성돼 있고 아파트 단지와 초·중·고등학교도 가깝다.
감정가격은 4억9600만원이었고 낙찰가격은 감정가의 95.6%인 4억7430만원이었다.
지난 10월과 11월 업무상업시설 월별 경매 진행 건수가 4700건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버금가는 수치다.
또 평균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은 10%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경매 물건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매수세가 극도로 위축했다는 뜻이다.
고금리로 인해 임대수익률이 감소하고 내수경기 침체로 부동산 임대시장마저 악화되면서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욱 침체됐다.
위 사례의 경우 비교적 안정된 상권을 갖췄고 현재 임차인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받쳐 줄 만한 차임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응찰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경매 물건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 꼼꼼한 옥석 가리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토지 경매시장에서는 전북 군산시 조촌동에 있는 토지(지분)에 29명이 몰리면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상에는 매각에서 제외되는 건물이 있어 법정지상권 성립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사건이었다.
분쟁 해결에 따른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낙찰받은 것으로 보인다.
공매 시장에는 PF 부실 공사 현장이 넘쳐나는 등 고금리와 건축비 상승,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토지 투자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자금 부담이 덜한 소액 특수물건에 눈을 돌리는 듯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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