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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의 대형주는 날았고 한국의 대형주는 반도체 때문에 실망스러웠다.

다만 내년에는 미국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성과가 더 나을 수 있으며 한국 역시 중소형주가 더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는 환경이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하락을 견인한 올해, 코스피 중소형주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코스피가 1년간 3.09% 하락했는데 코스피200을 제외한 코스피 종목은 0.62% 하락에 그쳤다.

하반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는 시가총액 상위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로 한국 주식 투자에 활용하는 벤치마크는 MSCI한국지수인데 이는 코스피200과 비슷하게 대형주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매수·매도의 영향은 코스피200 내 편입 종목이 코스피200 미편입 종목이나 코스닥 종목에 비해 크다.

올해처럼 외국인 매수가 약한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중소형주가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내년 3월 말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는 중형주에 호재다.

그동안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와 중형주의 상대 강도는 비례 관계였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수 및 대형주에 숏 포지션, 알파 종목에 롱 포지션이 대중화돼 있다"면서 "중국 증시 상승, 이익 둔화, 외인 순매수 감소 등의 환경이 중형주의 상대 강도 우위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그는 "중형주의 계절성은 2~5월에 유리한 측면이 있어 1분기 실적 시즌이 중소형주 장세의 피날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화값 하락 현상이 계속되고 텍사스교직원연금이 벤치마크를 변경하면서 외국인 매도가 쉽게 잦아들지 않는 점도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에 유리하다.

최근 텍사스교직원연금은 신흥국 주식 성과가 미국 주식에 비해 부진하자 한국이 포함된 신흥국 비중을 줄이는 벤치마크 변경을 결정했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서도 주식 성과가 부진한 한국 증시가 다른 지수에서도 비중이 줄어들 경우 외국인 매수는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전에도 외국인의 순매수 수준이 낮지 않았던 점과 대외 교역 여건의 악화 측면을 고려할 때 당분간 대형주 중심의 매도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외국인 매도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고, 기관 수급이 유입되는 중소형주 종목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밸류에이션 부담이 덜한 중소형주가 내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S&P500이나 나스닥100에 비해 러셀2000지수의 상승률이 높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비율(PER) 할인율은 2000년 닷컴 버블 수준으로 20년 내 최대치이다.

그만큼 중소형주가 저렴해졌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정부에서 제공했던 기업 대출 지원 프로그램(PPP)이 2021년 종료되면서 중소형주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미국 기업들의 파산 신청 건수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중소형 기업들의 마진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의 빅테크 기업은 압도적인 이익 성장률을 통해 주가가 고공 행진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기업들의 펀더멘털 상황은 2025년부터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 상승률은 고점이었던 2022년 9% 대비 크게 하락하였으며 연준은 2024년 9월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 정책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팩트셋에서 제공하는 러셀2000 기업들의 내년 마진율 전망치를 살펴보면 S&P500 대형 기업들보다 가파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 엔비디아를 필두로 M7 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이 크게 개선됐지만 2025년에 M7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은 둔화되는 한편 중소형 기업들이 기저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인한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도 미국 중소형주엔 호재다.

이 때문에 미국 대선 직후 빅테크 관련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러셀2000지수는 상승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권 대출규제 완화로 중소기업들의 자본 조달은 더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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