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2년 전
고려아연과 비밀유지계약(NDA)을 맺고
고려아연의 신사업과 관련한 내부 자료들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계약이 종료된 지 3개월여 만에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 관련 정보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오늘(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MBK는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신사업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재무적 투자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해당 자료들을 넘겨받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MBK는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내부 자료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비밀 유지 계약서에 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비공개 매수 등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비밀유지계약은 올해 5월 종료됐습니다.
이후 3개월여가 지난 9월초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가 시작됐습니다.
업계에서는 단 3개월여 만에 영풍과 콜옵션과 풋옵션 등 조건의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이 계약이 수개월 이상 논의한 뒤 진행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실제 앞서 장형진 영풍 고문은 MBK와 논의를 시작한 시점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영풍 경영진이)'우리도 수단을 강구해야겠다'라고 하니 '그러면 한번 생각해 봐라. 어떤 좋은 생각이 있겠냐' 그랬다"며 "그러다가 MBK에 가서 상담을 하고 경영협력계약을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MBK가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기밀 자료를 이번 인수 계획 수립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당 자료에
고려아연의 신사업 내용이 상세히 적혀있다는 점, 또 그간 MBK와 영풍이 줄곧
고려아연의 신사업 투자를 문제 삼아왔다는 점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됩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MBK는 이번 적대적 M&A 과정에서 줄곧 기업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데 해당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런 명분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MBK가 이미 국내 대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만큼 이런 의혹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업들은 앞으로 MBK 등 금융 자본을 매우 경계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연기금 등 공적자금을 운영하는 기관투자자들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 진현진 기자 / 2j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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