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퇴출 오히려 좋아”...일손 부족한 이 나라가 기업 파산에 박수치는 이유

日 올해 17년 만에 금리 인상
부실회사 이자율 부담에 파산
노동시장서 일자리 수요 넘쳐
“건강한 새 회사 재취직 기회”

지난 20일 도쿄 중심부 신주쿠구 상업 지구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올해 들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기준 금리를 채택한 일본이 10년 만에 최다 파산기업 수를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의존하던 부실기업이 퇴출돼 시장 효율성이 개선될 것이라 기대했다.


22일 블룸버그는 일본 시장조사업체 도쿄상공리서치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4~9월 반년 동안 일본 기업의 파산 건수가 10년 만에 최초로 5000건을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총 5095개 회사로 총부채는 1조3800억엔(약 12조6600억원)에 달한다.


일본의 파산기업 확대는 올해 들어 시작된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 기인한다.

1990년대 초 버블경제 붕괴 이후 최근 일본은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을 펼쳐왔다.

2010년대부터는 “윤전기로 돈을 무제한 찍겠다”는 말로 대표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더 강화된 확장적 통화정책이 이어져 왔다.

2013년 제로 금리에 이어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됐다.


다만 올해 2월 일본 증시 대표 지표인 닛케이 225 지수가 1989년 버블경제 고점을 돌파하는 등 불황 탈피가 가시화되자, 3월 마이너스 금리(-0.1%)를 벗어나 0.0%~0.1%로 17년 만에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더해 7월에는 0.25%로 한 차례 더 기준 금리를 높였다.

일본의 경우 0.25%의 기준 금리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로 금리가 0.3% 전후였던 2008년 12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오랫동안 저렴한 이자율로 자금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에 0.35%포인트의 기준 금리 인상에도 타격을 입는 기업이 많은 셈이다.

이들은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좀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부채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회사를 말한다.


좀비기업의 퇴출은 일본 경제와 활력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고용 여력이 없던 기업이 사라지고 더 효율적인 새 회사가 등장할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스미스 CLSA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실업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라고 말했다.

좀비기업 근로자들은 파산 후 새 회사로 재취직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지난 20일 도쿄 중심부 신주쿠구의 식당과 술집으로 가득찬 거리를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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